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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서민과 겉도는 여의도의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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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서민과 겉도는 여의도의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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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지난 22일 여의도 한 중식당.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대선후보 선출 직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박 후보가 간담회 말미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각자 생각하시는 시대정신이 뭔지를 듣고 싶다"며 역취재를 했다.


기자 40여명이 돌아가며 한 마디씩 했다. 화합, 소통, 통합, 행복, 경제민주화, 일자리 등의 보편적 가치를 담은 단어에서부터 "전세금마련 어렵다" "성범죄로 무섭다" 는 등 현실적 고충도 나왔다. 알려진 대로 박 후보가 말하는 시대정신은 국민대통합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손학규 후보는 민생과 통합, 김두관 후보는 정의와 소통, 정세균 후보는 더 큰 민주주의 정도로 요약된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을 대체로 공정사회, 경제성장, 일자리, 국민통합, 경제민주화로 꼽았다. 안철수 원장의 시대정신은 정의, 복지, 평화다. 다 좋은 말이다. 국회의사당과 대선캠프가 몰린 서(西)여의도는 요즘 24시간 내내 12월 19일 그날(대선) 얘기뿐이다.


여의도공원을 넘어 동(東)여의도로 넘어가면 분위기는 흉흉하다. 주식시장이 침체되자 수입이 준 증권사들은 앞다퉈 구조조정을 하고 사옥을 내다 팔고 있다. 여의도를 대표하는 증권맨들의 신세가 말이 아니다. 신의 직장, 혹은 신도 모르는 직장이라는 거래소 직원의 의문의 자살, 옛 직장동료 칼부림 사건과 20대 남녀의 출근길 난투극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여의도인데 서쪽은 12월 19일 그날만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동쪽은 하루하루을 살얼음판 위를 걷는 직장인들의 푸념 일색이다.

여의도를 벗어나면 가계부채는 1000조원에 이르고 소비와 투자심리는 위축되고 주택시장은 빈사상태다. 수출과 내수 모두 빨간불이다. 정부 관료는 물론 전문가들, 정치인들 모두 내년은 더욱 어렵다는 게 일치된 목소리다.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택시기사, 저녁자리의 친구,동료, 친척들도 모두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하소연한다.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서민들에게 시대정신은 딴 세상 얘기다. 대기업 경제연구소에 다니는 한 친구는 "이명박 대통령이 8월 15일에 우리나라가 선진국대열에 진입했다고 선언한들, 국제신용평가사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일본과 동급으로 올린들, 서민들에 뭔 소용이 있겠느냐"고 푸념했다.


여의도 퇴근길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의 일침은 그래서 더 와닿는다. 대기업을 퇴직했다는 그는 "무엇이든 안심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들과 대화 나누면 학교폭력,성범죄, 묻지마 범죄, 불량식품 불안이 없어지길 모라고 기업체 사장은 안심하고 회사경영을, 직장인은 안심하고 평생 직장생활을 바란다"며 "그게 돼야 가족행복도 있고 복지도 있고 평화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보다는 시대정신을 빙자한 공약, 법안들이 넘치고 있다. 시대정신이 먼 나라얘기인데 이를 구체화하는 공약과 정책마저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면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 개인,기업, 가정이 안심하고 나라를 맡길 수 없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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