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해운대 연인들>, 늪지대가 되어버린 해운대

시계아이콘00분 58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해운대 연인들>, 늪지대가 되어버린 해운대
AD

<해운대 연인들> 7-8회 KBS2 월-화 밤 9시 55분
해운대가 언제부터 늪이었던가. 출발부터 불안하던 극은 바다에 빠진 태성(김강우)이 삼촌수산의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민망한 설정에서부터 빠르게 진창에 빠졌다. 그사이 깔끔, 도도하던 검사 태성은 헤벌쭉 웃다가도 “더 이상 니들 말에 안 속”는다며 소리치는 시비조의 차력사 남해(김강우)로 한 방에 둔갑했다. 자신의 신상 관련 기억만 돌아오지 않았을 뿐인데 사람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버렸고 이것을 시발점 삼아 모든 사건은 블랙홀처럼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로 빨려 들어 가다보니 보는 사람, 정말 당혹스럽다. 사기치고 도망 간 예비신랑 대신 남해와 결혼식을 올리는 소라(조여정)나 그녀의 엄마가 자신의 새엄마라는 데도 아무런 예열 없이 소라에게 자신의 감정을 “밀어붙”이는 준혁(정석원)이나 ‘잃어버린 아들 찾기’ 행사를 열자마자 태성이 해운대 호텔 양만호 사장의 아들로 밝혀지는 것만 봐도 이들의 해운대에는 모든 일이 너무나 간단명료하다.


그물코에 걸려야 했던 건 태성이 아니라 서사의 개연성이었고 제작진은 이 점을 완벽하게 망각함으로써 해운대를 늪지대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다보니 전개는 늘 “예상을 안 비켜 가”기 일쑤고 이미 극의 반절이 끝나갈 때까지도 남녀 주인공을 제외한 인물들 하나하나는 각자의 사연을 풀어내지 못한 채 어슬렁거리다 사라진다. <해운대 연인들>이 제 깜냥에 비해 너무 많은 인물을 승선시키려다 푹 꺼진 편주처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어수선한 정황들을 쳐내고 인물들 사이의 사연과 감정을 하나라도 진득하게 물고 늘어져야 할 때다. 선택과 집중은 이럴 때 필요한 것이다. ‘원수 간의 사랑’과 태성의 잃어버린 과거를 통해 후반전을 준비하겠지만 끈끈한 서사를 그려보려는 끈기 없이는 전반전과 별반 달라질 게 없다. 허술한 배가 늪 속으로 사라지는 건 시간문제다. 농담이 아니다. 벌써 절반이나 사라졌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정지혜(TV평론가) 외부필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