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보유 한국국채 전혀 없어
최근 한일관계가 냉각되고 있지만, 국내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분석됐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일본계 자금은 6748억원이다. 따라서 상대국에 대한 투자가 제한돼도 국내 자본시장에 혼란은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도 문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급랭하고 있지만 국내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자본시장에 유입된 일본계 자금의 영향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일본계 자금이 모두 6748억원이라고 집계했다. 이는 주식시장에 유입된 전체 외국인 자금의 1.7%로, 룩셈부르크(6.7%)·싱가포르(4.8%)·사우디아라비아(3.6%)·아랍에미리트(2.0%)보다 낮은 비중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본계 자금의 비중은 지난 2008년 말에는 2.1%였으나 최근 1%대로 떨어졌다. 채권시장에서도 지난달 말 기준 일본계 자금의 비중은 0.7%에 불과했다. 국내 자본시장에 유입된 일본 자금이 적은 것은 일본 투자자들이 자국 국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한국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꺼리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양국 관계가 악화돼 상대국에 대한 투자가 제한되는 상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국내 자본시장에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 정부가 한일 통화 스와프 협정을 재검토하더라도 자본시장에 즉각적인 악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통화 스와프 협정은 외환 위기가 닥친 상황이 돼야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어차피 일본 정부가 보유한 한국 국채는 한 푼도 없기 때문이다.
일본 재무성은 한국 국채 매입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철회’가 아니라 ‘유보’한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로부터 ‘유보’에 대한 공식 입장이 오지 않았다”며 “유보하더라도 국채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 국채의 인기가 최고조이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것도 한 이유다. 한국 국채가 작년부터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으면서 올해 인기가 더 높아져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국채 3년물 응찰률은 450% 안팎에 이른다. 국채 잔액이 361조원이며 이 중에서 외국인이 60조원을 갖고 있지만, 일본은 민간 기관에서만 4500억원 가량만 보유하고 있다. 비중은 0.1%밖에 안 된다. 참고로 한국 국채 시장의 큰손은 미국, 룩셈부르크, 중국, 말레이시아 등이다.
일본의 한국 국채 매입계획은 지난 5월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구체화됐다. 3국의 외화보유액으로 상호 국채투자를 확대해 나가되 관련 프레임워크를 만들자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국채투자 정보를 상호 공유해 역내 금융·외환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의도에서다.
당시 3국은 실무급에서 협력방안과 절차를 추가 논의키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애초 8월 25일 열릴 예정이던 연례 한·일 재무장관회의가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일본 측이 연기함에 따라 당분간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철회가 아닌 유보라도 이런 조치는 양국 경제 현안과 연관된 첫 보복성 조치인 만큼 다른 경제협력 관계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의 요청으로 협상 재개를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해온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정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관계 악화가 업종에 따라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일본에 대한 수출 비중이 큰 연예·관광 업종은 경우에 따라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노다 총리, 전면거부로 대결국면 초래
MB, 독도 방문 전 과거사 해결시도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현실적 해결 방안을 일본 정부에 제시하며 한·일 과거사 갈등을 풀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비공개 외교 채널을 통해 전달된 이 방안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전면 거부했고 이 대통령은 ‘과거사 해결 없이는 관계 정상화도 없다’는 강경대응으로 방침을 바꿔 지난 10일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이처럼 막후의 외교적 노력이 좌절되면서 한·일 관계는 최악의 ‘강(强) 대 강’ 대결국면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국민일보는 지난 24일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제헌절인 지난달 17일 비밀리에 신각수 주일대사를 청와대로 불러 “일본에 의향을 타진해 보라”며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신 대사와의 ‘3인 회동’에서 “지난해 12월 교토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측이 (과거사)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가 먼저 방안을 내놓고 일본이 받아들이는지 보자”고 말했다는 게 국민일보의 보도다.
이 대통령의 ‘방안’은 신 대사를 통해 비공개로 일본 정부에 전달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 정부가 우리 제안을 거부하자 이 대통령은 ‘이렇게까지 성의를 보여도 일본은 여전히 무대응이다.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며 강경대응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따라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인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우리 정부의 과거사 해결 노력을 거부한 일본 정부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였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과거의 큰 잘못을 무조건 외면하는 태도로는 일본이 한·일 관계를 떠나 중·일, 미·일 관계에서도 결코 도덕적 현실적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며 “정부는 과거사 문제에 관한 한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국민일보는 보도했다.
다른 청와대 핵심 참모는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과거사를 가리고 계속 도발해올 것”이라며 “당분간 외교적 대화채널은 물론 비공식 물밑접촉도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코노믹 리뷰 조윤성 기자 korea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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