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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①]“흔들거리는 무상보육 아동수당 대안 될 수 있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3분 24초

보육현장에서 만난 엄마들

[기획연재①]“흔들거리는 무상보육  아동수당 대안 될 수 있어”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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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 현장에서 만난 엄마들은 현재의 무상보육에 대해 육아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표했다. 하지만 시설보육의 품질과 기회의 형평성, 지원받지 못하는 계층 발생 등 부작용에 대한 불만도 갖고 있었다. 아동수당제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었으며 무엇보다 정부의 일관된 보육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자녀 양육에 대한 과도한 부담은 저출산의 원인이 되는 동시에 부모 본인의 노후생활 준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태어나서 대학 졸업까지 과연 양육비용은 얼마가 들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0년 발표한 ‘한국인의 자녀 양육 책임 한계와 양육비 지출 실태’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한 명에게 지출되는 양육비는 2009년 기준 총 2억6204만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률(3%)을 감안할 때 올해 현재 약 2억8000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지난 23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구립명륜어린이집을 방문, 김미숙(47·전업주부·만 2세 준우 엄마), 박지연(41·전업주부·만 5세 형우 엄마), 손미영(34·전업주부·만 4세 진이 엄마), 이면실(46·맞벌이주부·만 5세 희준 엄마), 홍은숙(42·맞벌이주부·만 4세 주현 엄마)씨 등 만 2~5세 자녀를 둔 엄마들을 만나 엄마들이 느끼는 육아 부담의 무게와 현재 무상보육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무상보육 無지원 계층도 발생…만 2세까지 전부 아동수당 지원해야

월 평균 보육비는 얼마가 드나요.
김미숙 아이의 나이대별로 다른데요, 작년에 준우가 여기 어린이집 다닌 비용은 월 35만원이 들었어요. 특별활동비를 포함하면 40만원 정도 돼요.


손미영 구립어린이집은 특별활동비가 많아봐야 5만원이 넘지 않아요. 원비가 저렴하기도 하거니와 시설도 좋은 편이라서 구립을 이용합니다.


이면실 민간어린이집은 특별활동비만 20만원이 넘어요. 특별활동비와 원비로 78만원이 든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현재 실시되고 있는 무상보육이 큰 도움이 되던가요.
이면실 저는 차상위계층이라서 희준이가 월 20만원 보육료를 지원받고 있어요. 물론 도움이 되죠. 이전에 민간보육시설을 이용한 적이 있는데 시설이나 서비스 면에서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한참을 기다려 이곳 어린이집에 들어왔지만 만족도는 높아요. 구립보육시설은 공부를 안 가르친다는 불만들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지 않아요. 가족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정서적 환경도 훨씬 좋습니다.


박지연 저도 여기 오기 전에 형우를 민간어린이집에 보냈었는데요, 국공립 수준과는 비교도 안 돼요. 그냥 가정집 개조한 정도로 꾸며 놓고 마당도 없고요. 법적으로 걸리지 않을 정도로 놀이터를 설치해 놨더라고요.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라지만 너무 폐쇄된 공간으로 조성돼 안심할 수 없어서 이곳 어린이집으로 옮겼어요.


손미영 여기가 보통 대기 인원수가 100명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아는 분은 다른 지역 국공립어린이집 대기 순번이 201번이라는데 아직 출산 전이라서 까딱하면 순번이 밀릴 수도 있다고 걱정하던걸요. 국공립어린이집 시설이 많으면 이러지도 않을 텐데요.
김미숙 준우가 만 2세라서 올해부터 무상보육 지원을 받아요. 지원받으니까 좋긴 좋더라고요. 아무래도 육아비용 부담이 줄어드니까요.


무상보육에 대해 모두들 만족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면실 어머니가 아이를 봐 주고 시설을 안 보내도 되는데 어린이집을 보내야만 보육료를 지원해준다는 건 형평성에 좀 어긋나 보여요.


홍은숙 보육료 지원을 해줄 거면 아예 제대로 0세부터 7세까지 죽 하고, 지원금이 적더라도 끝까지 해줘야죠.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안 해주는 건 아니죠.


김미숙 나만 어린이집 안 보내서 지원 안 받으면 손해 보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집에 있어도 될 아이들이 어린이집으로 다 몰려서 정작 어린이집을 이용해야 할 사람은 못 보내게 되는 거죠. 또 대기자가 백여명 이상될 만큼 민간보다 시설이 좋은 국공립어린이집에 몰릴 수밖에 없고요.


[기획연재①]“흔들거리는 무상보육  아동수당 대안 될 수 있어”


무상보육의 부작용도 여럿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양육수당(집에서 키우는 아동 지원금)이 차상위계층 이하 가정의 만 0~2세 아동에게만 지원되고 있어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집에서 키우는 영유아가 양육수당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어린이집 이용 여부나 부모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지원하는 아동수당제도 도입을 검토하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김미숙 지원 못 받는 계층이 생기면 안 되죠. 만 0~4세까지는 집에서 키우는 게 맞아요. 0~2세까지는 전부 아동수당으로 지원해 어린이집을 보내든 집에서 키우든 부모가 선택할 수 있게 하고 보통 5세부터는 어린이집에 다들 보내잖아요. 5, 6, 7세는 보육료를 다 지원해주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아요. 대신 보육시설에 대한 투자는 계속 돼야 합니다. 시설이 좋아야 부모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으니까요.


엄마들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아동수당제를 거의 이해하고 있었으며 김미숙씨의 의견에 “맞아요” “그래야죠”라고 동의하며 아동수당의 필요성에 대해 고개를 끄떡였다.


홍은숙 주현이는 만 4세이고 우리 가정이 소득 하위 70%가 안 돼서 보육료 지원을 못 받고 있어요. 어찌 보면 소외계층이에요. 제 돈 내고 이곳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데 환경과 시설이 좋아서예요. 큰 아이도 여기 다녔어요. 어린이집은 0세 영아반 숫자가 적어요. 직장 다니면서 갓난아이를 맡길 데가 없기 때문에 결국 어머니, 조선족 엄마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아요. 보육시설 확충의 필요성이 크다고 봅니다. 단지 정부가 돈을 뿌리는 게 아니라 국공립시설을 늘리고 시설도 충분히 지원해서 어린이집 교사의 보수도 높이고요. 그래야 보육의 질이 높아지고 엄마들 만족도도 커지지 않겠어요?


무상보육 혜택 끊길까 불안…일관된 보육정책 절실


아동수당이 부모에게 직접 지원된다면 어떻게 활용할 건가요.
김미숙 저는 비용을 보태 그대로 어린이집을 이용할 거예요. 아이의 성장이 워낙 빨라 제가 일일이 그 진도에 맞춰 보육을 할 자신이 없거든요. 한편으로는 아동수당으로 받은 현금이 과연 실질적으로 보육만을 위해 사용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드네요.


아이를 집에서 봐주는 부모님이나 시부모님, 육아도우미에게 지원받은 아동수당을 줄 수도 있고 어린이집이 아닌 다른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도 있겠다는 의견들이 나왔지만 기존 어린이집 비용에 보탠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리고 엄마들 모두 우리나라의 아동 정책에 대해 일관된 관점과 추진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면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고 있어요. 지금은 또 예산이 없어서 무상보육이 없어진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 내년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또 정책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엄마 입장에서 조바심만 납니다. 이렇게 정책이 오락가락하는데 누가 아이를 낳고 싶겠어요. 주변에서 30대 중반 여성들을 보면 결혼 안 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결혼해서 맞벌이를 하지만 아이 낳기 겁난다고 하고요.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서 신뢰를 줘야 20~30대 젊은 세대도 아이를 낳고 저출산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요. 일시적인 미봉책 보다는 멀리 보고 피부로 와 닿는 보육 정책을 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미숙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4~5년마다 교육 정책이 변하네요. 올해부터 지원받고 있는 보육료를 내년에 안 주면 어떡하나 살짝 걱정이 됩니다.


박지연 대한민국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너무 힘든 나라예요. 친정엄마나 언니가 아이를 봐줘야 안심이 되고 수준 미달인 보육시설이 많다 보니 남에게, 시설에 아이를 맡기는 건 위험한 일이 되고 있죠.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는 문제를 가지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아이가 아파서 결국 그만두긴 했지만 말이에요. 여성들이 일을 하려면 마음 놓고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기획연재①]“흔들거리는 무상보육  아동수당 대안 될 수 있어”


김현양 명륜어린이집 원장이 의견을 보탰다. 김 원장은 “대선 때마다 달라지는 정책은 이제 그만”이라며 “여성들이 결혼해서 육아 플랜을 짤 수 있도록 정부가 일관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민간보육시설은 민간답게 규제를 풀어줘 시장 자율경쟁에 맡기고 국공립은 국가 브랜드 사업으로서 인건비 향상 등 보육교사 처우 개선에도 지원을 충분히 해줘야 보육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무상보육을 실시하면서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가 나타났다는 얘기도 있었다. 공짜 보육이니 2~3시간이면 충분한 데도 10시간 가깝게 아이를 어린이집에 방치해 놓는 엄마들도 있더라는 것이었다. 또 무상보육에 대한 정보를 잘 접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부분 엄마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어린이집, 아이돌보미센터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게 전부라고 했다.


손미영씨는 “내가 못 챙겨서 무상보육 지원을 받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동사무소 등에서 가정에 무상보육에 대해 알려주는 노력이 있었더라면 혜택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며 “집에서 가까워 동사무소를 잘 가는 편인데 무상보육 관련 홍보나 게시물을 보지 못했다. 주민 복지의 기초인 동사무소가 제대로 그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동수당제도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을 중심으로 정부의 보육료 지원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보육 대상 아동 수에 따라 지원되는 보육료를 현금의 형태로 직접 부모들에게 지원하는 제도다.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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