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그리스 해법과 관련 , 그리스 스스로의 개혁과 노력을 강조했다.
23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가 개혁의 길을 추진하도록 독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저녁 베를린을 방문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총리와 만찬회담을 앞두고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그리스에 구제금융 조건 및 개혁 이행을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의무를 준수하는 것은 나에게 중요하다"며 "트로이카의 보고서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가 다음달 제출할 그리스의 긴축 이행 실적과 앞으로 계획을 평가한 보고서를 검토한 후에 구제금융 차기집행분 제공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나는 그리스가 국민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개혁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이라며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희망한다"면서 "우리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그리스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두 정상의 이번 회담은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와 24일 메르켈 총리, 25일 올랑드 대통령간의 회담을 앞두고 이뤄졌다.
사마라스 총리는 최근 "숨 쉴 공기가 필요하다"며 구제금융이 요구한 긴축 시한을 연기해 경제를 회복시킬 기회가 필요하다고 밝히는 등 이번 회담을 통해 구제금융 조건의 완화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가운데 미국의 시티그룹은 그리스가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시티그룹은 23일 보고서를 통해 "향후 12~18개월 안에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할 가능성이 90%"라고 내다봤다. 그리스가 올해 말 이전 혹은 9~10월 중에 유로존을 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한편 독일에서는 그리스 총리의 방문을 하루 앞두고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저명한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유럽 통합 지지 캠페인이 23일 시작됐다.
'나는 유럽을 원한다'라는 슬로건의 이 캠페인은 유로존 위기에 따른 유럽 통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와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 등 정계 인사들과경제계, 학계, 대중문화계, 스포츠계 대표적인 인사들도 캠페인을 이끈다.
메르켈 총리는 캠페인 영상물에서 "유럽의 위기는 몇 년에 걸쳐 형성됐기 때문에 극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이 길의 끝에서 우리는 지속 가능하고 강건해진 유로존과 유럽연합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는 "유럽 통합은 처음부터 독일의 이해와 부합하고 유럽인들의 이익이기도 하다. 우리는 유럽을 위해 더한층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로존 위기의 궁극적인 해법으로 '정치 연합'을 주창하고 있고,제1 야당인 사회민주당(SPD) 지그마르 가브리엘 대표도 유럽의 재정 통합을 위한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보도에 따르면 국민투표를 할 경우 유로존 잔류를 지지하겠다는 비율은 독일 전체 유권자의 50% 정도에 머물고 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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