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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T]가계부채에 시름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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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었던 집이 덫으로 변해

[EXIT]가계부채에 시름하는 사람들 국내 가계부채는 위험수위에 오른 지 오래다. 이미 국내 GDP와 맞먹는 1000조원 수준이다.[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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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장만하겠다고 나선 서민들이 시름하고 있다. 당초 매매가 보다 낮아진 집값은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출로 집을 장만한 이들은 집을 팔지도 못한 채 늘어가는 대출금이자에 망연자실 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은 악몽이었다. 집 장만을 축하하는 잔치는 빚잔치가 됐다. 2008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거품의 붕괴는 가계 경제의 붕괴로 이어졌다. 남의 돈으로 내 집을 산 결과다. 집은 있으나, 가난을 면치 못하는 사람들. ‘하우스푸어’다. 집을 투기수단으로 삼으려는 욕심과 이를 용인한 금융권의 대출 제도, 주택의 과잉공급, 물가상승 등이 원인이 됐다. 보금자리가 가시방석이 된 사람들. 국민 열 명 중 한 명꼴이니 사태의 심각성을 알만하다. 경매에 쏟아져 나오는 주인 잃은 집들은 심각성의 증표다. 서민의 희망 ‘내 집 마련’이 절망이 된 순간이다.


직장인 홍모(45)씨는 2007년 경기도 용인시에 전용면적 95㎡(38평형) 아파트를 구입했다. “8년간 꿈꿔오던 내 집 마련이 이뤄지는 순간”이였다는 게 홍 씨의 회고.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터라 집장만과 동시에 투자까지 했다고 믿었다. 당시 구매가는 5억5000만원. 홍 씨는 부족한 2억원을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로 메웠다. 2008년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전반적인 경기가 하락하는 가운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투기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집값은 4억원대로 곤두박질쳤다. 기쁨을 채 만끽하기도 전이였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2억의 대출이자(5.5%) 88만원을 갚으면서도 금융 부담을 피부로 느꼈던 홍 씨의 대출 거치기간(5년)이 끝나간다는 것이다. 불과 몇 달 앞으로 다가온 거치기간 만료는 홍 씨가 원리금상환 폭탄을 맞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 씨는 기존에 내던 이자에 150만원의 원금 부담이 더해졌다. 이 부담은 10년간 이어진다(5년 거치, 10년 상환). 집을 팔아 이자를 갚기에는 떨어진 집값이 속을 쓰리게 한다. 속도 모른 채 물가는 계속 올라 생활비 부담은 증가한다. 홍 씨, 그리고 홍 모 씨와 비슷한 행보를 걸었던 국내 150만 가구. 그들이 바로 하우스푸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집에 덫이 있다
발단은 부동산 투기에서부터다. 특히 2006년에서 2007년에 이르는 ‘부동산 황금기’ 때 무리하게 집을 산 사람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2008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투기거품이 사라졌고, 건설사나 저축은행같이 함께 발을 담고 있던 곳들이 손을 맞잡고 늪 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정부와 금융기관은 가옥과욕(家屋過慾)을 부린 서민을 부채질한 꼴이 됐다.


[EXIT]가계부채에 시름하는 사람들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부동산과 건설업을 택한 정부 정책과 대출제도 개편을 통해 부를 축적한 금융기관의 행보가 그렇다. 전자는 주택의 공급과잉을, 후자는 가계부채를 남겼다. 사실 새로운 것도, 뜻밖의 일도 아니었다. 멀게는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로 촉발된 ‘잃어버린 10년’이 보여줬으며, 가깝게는 전 세계를 혼란으로 몰고 온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좋은 교보재가 될 수 있었다.


지난 8월 21일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가계부채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고 평하며 “부동산 버블 당시에 주택구입에 열을 올리면서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했던 것이 원인”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내 가계부채는 위험수위에 오른 지 오래다. 이미 국내 GDP와 맞먹는 1000조원 수준이다(한국은행, 2011년 말 기준). 특히 가계의 이자수지 적자가 만성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경계할 일이다. 가계부채는 2000년대 들어 단 한 번도 감소하지 않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빚은 많은데 소득은 늘어나지 않고, 물가만 오른다. 여기에 ‘비빌 언덕’이 돼줘야 하는 집값마저 떨어진다. ‘가난뱅이 집주인’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답답한 것은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촉발된 상황이니 집값만 오르면 해결될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집값이 오르면 일단 거래 자체가 잘 안 된다. 거래가 성사된다 해도 일단 오르기 시작한 집값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쉽게 팔 수도 없다. 결단력을 발휘해 판다고 해도 결국 다시 집이 필요한데, 부동산 시세가 전반적으로 뛴 상황이기 때문에 상황은 그대로가 되고 만다.


반대로 주택값이 떨어지면 본전 생각에 팔기가 어렵다. ‘혹시 팔고 나서 집값이 오르면?’이라는 생각이 발목을 잡는다. 자포자기로 상황을 지켜보다 금융 부담, 생활비 부담에 짓눌려 더 쪼들리게 되는 악순환이다. 집이라는 덫에 걸린 꼴이다. 덫에 걸린 하우스푸어가 겪는 최종 단계는 ‘경매’다. 망연자실 지켜보는 사이 대출원리금을 못 내는 지경에 이르면 집은 경매로 넘어간다. 지난 6월 기준, 수도권에서 이런 식으로 경매에 부쳐진 아파트는 모두 2842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202건)보다 29%가 증가한 수치로 월간 기준으로는 연중 최고치였다.


개인·정부의 전방위적인 노력 있어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계에서도 하우스푸어 관련 정책은 주요 이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채무 재조정’에 초점을 맞췄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3개 계층 하우스푸어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방안으로 내놓았고, 같은 당 정세균 후보는 공공기관의 매입 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안을 선보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장도 이미 자신의 저서에서 고정금리대출로의 전환과 장기 원리금 분할상환 등을 통해 부실화 가능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IT]가계부채에 시름하는 사람들 2007년 경기도 용인시에 한 아파트를 구입한 홍 모씨는 매달 대출이자 88만원을 갚고 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거치기간 만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암담해 했다.[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문제는 이미 민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으므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면서도 “그에 앞서 개인의 적극적인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공매입이나 소득보조, 채무재조정 등에서는 정부의 관리가 필요한 반면, 개인의 적극적인 자산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겠다”는 고집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최악의 마음가짐이라는 지적이다. 구조조정이라는 것은 손해를 각오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또한 “괜찮아지겠지”라는 안이한 마음가짐도 금물이다. 특히 현재 국내외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기존 수입이 줄거나 끊길 수도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발 빠른 대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자신의 부동산 자산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자신의 상황을 파악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의 부지환경이나 건축물 가격 등이 평가에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스로 하우스푸어에 속한다고 판단되면, 할 수 있는 모든 경제적 구조조정을 감행해야 한다. 자가였다면 전세로, 30평에서 20평으로, 역세권에서 마을버스를 타야 하는 곳으로 옮겨야 한다. 주거와 생활의 조정이 수반되지 않는 하우스푸어 탈출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부채도 자산’이란 말 대신 ‘자산도 부채’라는 말을 더 기억해야 할 때다.


하우스푸어 탈출법
1. 자신의 부동산 자산을 객관적으로 평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라
2. 자가였다면 전세로 옮겨라
3. 평수를 줄여라
4. 주거와 생활을 조정하여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부동산 투자지형도 바뀌다


[EXIT]가계부채에 시름하는 사람들 강남의 상징 은마아파트는 매년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급락은 모든 투자 지형을 바꿔놓았다. 그동안 아파트는 가장 큰 자산이자 투자처였다. 투기목적을 포함하더라도 일반 서민한테까지 내 집 마련은 가장 기본적인 투자 방법 가운데 하나다. 이 때문에 최근 부동산 하락에 이어 ‘하우스푸어’ 양산은 투자 지형을 바꾸었다는 분석이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이 수도권이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보다 10%가량 떨어졌다. 지난 2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부동산114 아파트가격지수와 국민은행 아파트가격지수, 국토해양부의 온나라포털 실거래가지수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가격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6월의 86~95% 수준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7월 아파트값은 부동산114 지수로 92.5%, 국민은행 지수로 95.3%, 국토부 실거래가 지수로 91%에 머물렀다.


강남의 상징 은마아파트 “너마저”
강남 재건축의 대표적인 상징아파트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은마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지난 6월 기준으로 8억원 아래로 하락했다. 이는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후 처음이다. 또 6월 이후 거래량이 전무할 정도로 거래 침체를 겪고 있다.


이는 경매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은마아파트는 지난 7월 경매에 나온 115㎡형이 7억9235만원에 낙찰됐다. 은마아파트 경매에서 8억원 밑으로 팔린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아파트 감정가는 10억5000만원이다. 이 물건은 2차례나 유찰되는 굴욕까지 맛봤다. 이처럼 서울의 강남권 아파트는 ‘추락’ 수준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월별 기준으로 7월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전 달보다 0.42% 떨어졌다. 이 같은 하락폭은 2010년 7월(-0.43%) 이후 2년 만에 최고다.


특히 재건축 예정 아파트들이 가장 심각했다. 재건축 예정 아파트는 한 달 만에 0.99%나 급락했다. 시세가 5억원짜리 아파트는 한 달 만에 495만원 정도가 더 빠졌다. 일반 아파트도 0.34%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분석한 결과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모두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재건축 과정에서 추진이 늦어지고 있는 아파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공사 선정이 무산되거나 각종 소송으로 재건축 추진이 늦어지는 대규모 단지들의 하락세가 가장 높았다. 지난달 기준으로 고덕주공과 둔촌주공은 1000만~4000만원,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은 1000만~3500만원 떨어졌다. 목동신시가지 단지도 1000만~3000만원 하락했다.


정부 발표에도 오를 기미 안보여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를 목적으로 세법개정안과 취득세 한시감면 연장 조치를 발표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주 아파트 매매변동률은 거래 부진이 이어지면서 서울(-0.06%)과 신도시(-0.01%), 수도권(-0.01) 모두 하락했다. 서울은 강동구(-0.13%)와 송파구(-0.13%), 강남구(-0.12%), 성북구(-0.09%), 노원구(-0.09%), 도봉구(-0.08%), 마포구(-0.07%) 순으로 떨어졌다.


[EXIT]가계부채에 시름하는 사람들

문제는 수도권이다. 서울 지역은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 거래량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지만 경기·인천 지역도 제자리걸음 수준이기 때문이다. 신도시는 평촌이 0.03% 하락했다. 평촌은 특히 중대형 가격이 하락하면서 호계동 지역을 중심으로 250만~500만원가량 하락했다. 분당과 일산, 산본, 중동은 변동 없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수도권에서는 과천(-0.05%)과 용인(-0.04%), 의왕(-0.03%), 부천(-0.03%), 파주(-0.03%), 화성(-0.03%) 등이 내렸다.


경매시장도 마찬가지다. 서울지역 법원 경매 아파트 응찰자 수는 지난 21일 기준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중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제는 경매로 이어지면서 투자자의 발길마저 돌리고 있는 것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8월 15일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1건당 평균 응찰자 수는 4.7명을 기록, 2001년 조사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응찰자 수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9년 8.5명으로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불과 3년 만에 입찰자가 절반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낙찰가율도 동반 하락했다. 2007년 평균 92%에 달했던 낙찰가율은 금융위기 전후로 82%까지 하락했고 올 들어서는 70%까지 내려앉았다.
[최재영 기자]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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