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_QMARK#> 저는↗ 나쁜 남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스위트한 남자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심지어 저는↗ 월드컵과 올림픽을 제외하면 축구에 별 관심도 없는 여자입니다. 그런데 왜 툭하면 욱하는 나쁜 남자, 기성용 선수 트위터를 자꾸 보게 되는 걸까요? 올리는 멘션마다 구박 아니면 자아도취인데 그게 왜 그렇게 귀여워 보이는 걸까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나쁜 남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망원동에서 박 모양)
환자분은 별 관심도 없는 사람한테 단 한 마디라도 하고 싶으신가요? 칭찬이든 구박이든 다 애정이 동반되어야 가능한 겁니다. 비록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를 보고 감동받았다는 홍정호 선수에게 “공이나 차”라는 매몰찬 멘션을 남긴 적도 있지만, 둘도 없는 친구인 구자철 선수에게 하는 거 보세요. “너 항의할 때 심판한테 와이? 와이? 와이? 영어공부 좀 더 해라. 왜왜왜 이러면 심판이 할 말 없잖아”라며 구자철 선수의 영어실력 향상을 독려해주고, 평소에는 ‘구글거림’(주: 구자철 선수의 오글거림을 지칭하는 말)을 비난하면서도 “짜식. 골 안 넣었음 너 현해탄에 잠수 시킬려고 했다! 역시 쿠주장 너무 고맙다. 팀 잘 이끌어줘서 사랑해”라며 본인이 먼저 오글거리는 멘트를 보내기도 합니다. 게다가 구자철 선수가 찍은 화보 사진까지 직접 찾아서 놀리는 걸 보면 보통 정성이 아닌 거죠. 어제 SBS <힐링캠프>에서 구자철 선수에 대해 폭로할 때 기성용 선수 표정 보셨어요? ‘여러분 요 녀석이 얼마나 귀여운 줄 아세요?’라는 표정이었잖아요. 단지 애정표현을 거칠게 하는 것뿐이지, 절대 거친 남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기성용 선수가 만날 구박만 하는 건 아니에요. 이청용 선수와 처음으로 함께 뛴 A매치 경기까지 기억하고 있는 섬세한 남자, 차두리 선수에게 “형 나 놔두고 가기 있기 없기?”라는 애교도 부릴 줄 아는 귀여운 남자라고요. 그러니까 그렇게 울먹이면서 부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기성용 선수는 환자분이 좋아하시는 스위트한 남자가 맞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본인에 대한 자부심도 철철 넘칩니다. 셀카를 올리면서 “요즘 살이 빠지면서 미모 포텐 상승 중. 아님 말고”라는 국가대표급 용기를 보여주고, “넌 있는 게 뭐 있냐”는 차두리 선수의 구박에도 절대 주눅 들지 않고 “매력?”이라고 받아칠 줄 압니다. 그런 당당한 매력이 환자분을 자꾸 유혹하는 거예요. 스스로 “홍명보 호 외모 1순위”라고 말할 때 쑥스러운 척 웃어 보이지만 절대 그 말을 번복하지는 않는 패기가 지금의 기성용 선수를 만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박만 하는 개구쟁이인 줄 알았는데 상대방의 외로움까지 헤아려주는 따뜻한 남자였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이기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선수들의 힘든 마음을 이해해주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 은퇴 후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씨 고운 남자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기성용 선수는 환자분이 좋아하시는 스위트한 남자가 맞습니다. 그나저나 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처방전을 주지 않냐고요? 답답하면 환자분이 와서 해보시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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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포인트: [내 남자의 남자들을 소개합니다]
남자 1호 구자철: 어떤 얘기를 해도 구자철로 시작해 구자철로 끝날 만큼 아끼는 친구. 기성용 선수에 비해 순한 인상이지만 한 번 화가 나면 “Why?”밖에 외칠 줄 모르는 바보. 두 남자의 탁구 같은 대화를 듣고 있으면 잘 키워놓은 두 아들을 보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남자 2호 이청용: 같은 하늘 다른 곳에 있어도 마치 짠 것처럼 환상의 듀엣송을 부를 수 있는 소울메이트. 기성용 선수와 친한 친구인 건 맞지만 여동생만큼은 절대 소개시켜 줄 수 없다는 단호한 오빠. 그동안 ‘쌍용’이라 불리던 두 남자는 어느새 ‘비밀번호 486’을 공유하는 ‘악마의 이중창’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남자 3호 차두리: 유치한 댄스도, 어설픈 발연기도 함께 할 수 있는 형. 말도 안 되는 광고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박 CM송이었던 ‘간 때문이야’를 부른 운수 좋은 사나이. 트위터에서 기성용 선수의 애교를 받는 유일한 남자.
남자 4호 홍명보: 런던 올림픽 한일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선정된 기성용 선수가 “제 2의 홍명보가 되고 싶었다”고 말한 그 감독님. 술자리에서 아주 잠깐 야자타임을 허용했더니 기성용 선수로부터 “야 명보야, 그냥 네가 짱 먹어라”라는 메모를 선물 받은 그 감독님. 다른 걸 다 떠나서 그 어떤 선수에게도 꿀리지 않는 외모와 수트빨을 보유한 꽃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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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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