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20일 오후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득표율로 선출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선출과 동시에 갖가지 난제에 마주했다.
이번 대선의 최대 의제인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지켜내고 구체화할 지, '박(박근혜) 대 비박(非박근혜)'으로 갈라진 당을 어떻게 규합할 지가 가장 큰 변수다.
박 후보의 신분이 '경선후보'에서 '대선후보'로 바뀌면서 야권의 검증과 네거티브도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 타깃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아직 가라앉지 않은 돈 공천 파문과 역사관 논란 등도 뇌관으로 남아있다.
◆불안한 경제민주화, 갈등의 씨앗 보수대연합 = 박 후보는 지난해 말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뒤 경제민주화를 주창하며 의제 선점에 성공했다.
박 후보는 이날 전당대회 수락연설에서도 "경제민주화는 국민행복의 첫걸음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차별 없이 대우받도록 하겠다. 경제적 약자도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만들겠다"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최근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잡음이 당내에서 흘러나오며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과연 경제민주화 기조를 대선까지 붙잡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 후보의 지난 경선 캠프 공동 선대위원장이자 경제민주화 헌법조항 입안자인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보수세력이 종전의 사고방식에 머문다면 희망이 없다"며 "합리적인 경제민주화의 틀을 짜서 제시하면, 박 후보가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전 비대위원의 이같은 의지와 달리 당내에서는 경제민주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캠프 총괄본부장이었던 최경환 의원은 최근 기자들을 만나 "(경제민주화를) 대선까지 끌고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재벌을 손본다고 양극화가 해소되느냐"는 말로 경제민주화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를 하고 대기업이나 재벌을 규제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로 볼 수 없다"며 "우리 당의 정체성, 보수적 정치세력으로서의 가치지향을 지키느냐 허무느냐의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는 박 후보가 경선 이후 비박 인사들과 보수 전체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보수대연합' 논의와 직결된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이날 '보수대연합'을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무리하게 끌어안기를 하면 경제민주화 등 쇄신기조가 희석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김 전 비대위원은 당 일각의 '김무성 역할론'에 대해서도 "김무성 전 의원이 (박 후보) 캠프에 들어와서 특별히 대선에 대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은 너무 과도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비대위원과 함께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홍사덕 전 이원은 반대로 '보수대연합'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그는 비박 핵심인 이재오 의원, 이회창 전 총재, 김영삼 전 대통령 등을 잇따라 만나며 '덧셈론'을 실행하고 있다.
최경환 의원은 "가까이 있는 사람, 끌어들일 수 있는 사람부터 먼저 덧셈을 하고 현재 면면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외부 세력을 영입하는게 선거의 ABC"라고 말했다.
김문수 경기지사, 김태호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 비박 경선후보들이 경선 결과가 나온 직후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소매 걷은 야권..'박근혜 검증' 본격화 = 민주당 강기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후보는 '공천장사'에 책임지고 사퇴할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사과로 모든 것을 끝내려 한다"고 비난했다.
강 최고위원은 또 "박 후보는 완전국민경선을 거부한 사당화 후보자"라며 박 후보의 '독주체제'를 깎아내렸다.
민주당은 앞으로 박 후보에 대한 공세를 더욱 높일 조짐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여권에 대한 공격의 초점을 박 후보로 맞춰가는 분위기"라며 "민간인 사찰 등 이명박 대통령에게로 치우쳤던 방향을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10월쯤 되면 곳곳에서 본격적으로 (검증ㆍ네거티브 공방이) 터져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과 국정원을 거친 김회선 의원 등을 중심으로 네거티브 대응을 해온 박 후보 측은 본선 캠프를 꾸리면서 이 분야를 더욱 키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네거티브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지만 도가 지나친 경우 철저하게 법률대응을 하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돈 공천 파문, 역사관 논란..지지율 답보 = 박 후보가 역사관 논란, 돈 공천 파문 등으로 이탈 조짐을 보이는 민심을 어떻게 수습할 지도 관심이다.
중앙일보가 지난 15~17일 진행한 대선 양자대결(박근혜-안철수)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48.1%,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48.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주목할 것은 흐름이다. 지난 7월 이후 진행된 이 조사에서 박 후보는 내리막을, 안 원장은 오르막을 걷고 있다.
안 원장이 '최태원 회장 탄원 서명' 논란 등을 겪으면서도 상승세를 유지한 반면 박 후보는 돈 공천 책임론, 역사관 논란 등의 악재를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최근에 진행된 조사 결과 등을 분석해보면 박 후보가 총선을 승리로 이끄는 과정에서 보수층 80% 이상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라갈 여지보다 내려갈 여지가 커서 부정적인 이슈에 의한 타격을 다른 후보들보다 더 많이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돈 공천 파문의 당사자인 현영희 의원에 대해 이번 주 중반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가 선출된 직후 파문에 다시 불이 붙는 셈이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박 후보의 측근이자 파문의 다른 당사자인 현기환 전 의원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정치 이벤트를 기점으로 지지율이 오르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새누리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