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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양명문의 '명태'(변훈 작곡, 오현명 노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8초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 다니다가 …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 늦게 시를 쓰다가 쐬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짜악 짝 찢어지며 내 몸은 없어질 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있으리라


[아, 저詩]양명문의 '명태'(변훈 작곡, 오현명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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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인망 그물에 동해의 명태가 자취를 감췄다는 뉴스 때문일까, 며칠째 이 물고기의 이름이 내 입 속으로 헤엄쳐 다닌다. 명태는 말리면 북어이고 반쯤 말리면 코다리, 얼리고 녹여 말린 새끼 밴 놈은 황태, 아예 얼리면 동태, 새끼는 노가리로 이름도 많다. 오현명의 가곡 '명태'를 처음 들은 귀의 충격을 생각한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호쾌한 명태의 익살과 자조(自嘲). 짜악 짝 파열음과 껄껄 가수의 웃음이, 불 속으로 뛰어든 짜라투스트라처럼 초월적 비감을 자아냈다. 명태는 이름도 희한한데, 고기로선 희귀 항렬인 태(太)자 가문을 장악하여, 생태, 동태, 황태까지 다 뀄다. 오래 사는 친구는 32세까지 산단다. 세상에, 그 햇수 동안 바다를 누볐으니 얼마나 똑똑해졌겠는가. 밝고 크구나 물고기여. 고맙다, 네 비릿한 기운에 술 생각나는 날.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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