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특허 침해 결론 나올 듯...1심 판결 이후 항소하는 등 '장기전' 돌입 예상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일방적인 승리가 될까, 난타전으로 끝날까.
미국에서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전의 배심원 평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 결과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기의 소송'이라는 평가처럼 사활을 건 양사간 특허전은 어떤 결말을 낳느냐에 따라 후폭풍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혈투가 단판 승부로 끝나지 않고 항소 등 지루한 공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그 사이에 물밑 협상을 통해 극적 합의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최종 변론을 진행한다. 이후 배심원 평결이 이뤄지고 법원은 이달말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소송이 막바지를 향해 가면서 어떤 판결이 나올 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어느 한쪽이 이길 경우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디자인, 사용자환경(UI)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삼성전자는 애플이 통신 특허 2건을 침해했다고 맞선다. 만약 법원이 애플의 주장만 인정할 경우 삼성전자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로 입은 손실이 27억5000만달러(3조113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더 큰 타격은 이미지 추락이다. 소송으로 인해 애플의 '카피캣(copycat, 짝퉁)'이라는 오명을 쓴 상황에서 법원까지 가세한다면 글로벌 리딩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큰 상처를 안게 된다.
반대로 법원이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준다면 카피캣이라는 오명을 씻어내고 전통적 휴대폰 제조사로서 통신 특허에 대한 기술력을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애플은 무리한 소송을 진행했다는 비난과 삼성전자의 마케팅 효과만 올려주게 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 빼앗긴 애플로서는 혹을 떼려다 혹만 더 붙이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에 4억2180만달러(4775억원)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상호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결이 나는 등 양측이 비길 때다. 법원이 삼성전자의 디자인 특허 침해, 애플의 통신 특허 침해를 모두 인정하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번 소송은 다양한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판결의 후폭풍도 거셀 전망이라 법원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루시 고 판사의 잇따른 협상 명령도 이 같은 부담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상호 특허 부분 인정 또는 부분 침해 판결이 나올 경우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판결에 만족하지 못하고 항소를 제기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항소를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배심원단이 판단을 내리지 못할 경우다. 현재 9명으로 구성된 배심원 중 한 명이라도 이견을 보이면 양측은 재판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상호 특허를 침해했다는 내용의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 관계이지만 동시에 부품 협력 관계이기 때문에 법적 공방이 갈 데까지 간다면 결국에는 양사 모두 잃을 게 많다"며 "일단 계속 소송을 진행하다가 적당한 시기에 타협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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