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산림청 특강서 밝혀 “개간·화전 등으로 숲 사라져”…땔감, 식량 얻기 위해 산꼭대기까지 망가져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울창했던 북한지역 숲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후부터 빠르게 황폐해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산림청이 9일 오후 정부대전청사 소회의실에서 연 북한이탈주민 강대규(45·가명) 초청특강을 통해 밝혀졌다.
특강은 위성영상과 국제기구발표 등에 의존했던 북한산림현황과 황폐화 실상을 북한이탈주민으로부터 직접 듣고 확인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함경북도에서 산림분야일꾼으로 일했던 강씨는 산림청 관계자와 서울대·충남대 등의 산림연구자, 통일부 관계자 등 50여명에게 ▲자신이 체험했던 북한산림 현실 ▲함경북도 산림현황 ▲양묘와 조림 등의 산림사업경험을 들려줬다.
강씨는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산에 나무가 많았고 주민들이 산에 들어갈 일이 없었으나 사회주의공급체계가 마비된 뒤 주민이 산에서 땔감을 얻고 산을 개간, 식량문제를 해결하려 했기 때문에 산꼭대기까지 개간하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은 2001년 국가단위의 산림조사를 해 경사도 25도 미만의 개간산지는 국가 땅(협동농장)으로 넣었다”며 주민들은 자신이 개간한 산지가 편입되지 않게 뇌물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3~5월을 식수기간으로 정하고 대대적으로 주민을 동원, 해마다 10만ha 나무심기를 한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지력이 떨어지고 주민들의 무성의로 묘목이 뿌리내리는 비율이 30%가 안 돼 산림복구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산림청은 2008년 위성영상을 분석, 북한산림 899만ha 중 284만ha가 황폐화된 것으로 나타나났다고 발표했다. 1999년 조사결과보다 산림면적은 17만ha 줄었고 황폐지면적은 121만ha가 는 것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심하게 북한산림이 망가졌다는 사실이 탈북자 증언으로 뒷받침됐다”고 말했다. 그는 “1995~97년 북한에선 굶어 죽은 사람들이 잇따른 후 급격한 산지개간이 이뤄지고 많은 산지가 화전으로 바뀌어 숲이 사라졌음에도 산림복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산림청은 2009년 통일부, 농림부 등과 북한 산림복구를 포함한 남북산림협력기본계획을 세웠으나 5.24조치 등 남북관계 단절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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