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한낮의 폭염이 채 가시지도 않은 8일 늦은 오후.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프로야구 관람을 위해 인천 문학경기장을 찾았다.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만큼은 만사를 제치고 야구에 제대로 '올인'했다. 동행했던 취재진과 경기 스코어 맞추기 내기도 먼저 제안한 것은 물론,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선수들의 움직임에 환호하는 등 여느 관객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야구장을 찾은 것은 십 수 년 만에 처음이라고 해선지 무척 설렌 모습이었다. 선수들 플레이에 두팔을 번쩍 들면서 소리를 지르고 자신이 내기로 걸었던 스코어에 가까이 다가가자 기분 좋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평소 소통을 중시하는 김 위원장이지만 최근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주변과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업무를 잘 하기 위해서는 개인생활과 같은 부수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일까.
김 위원장과 금융위의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그런 분위기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음달 광화문으로 청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제동을 거는 상황인데다, 은행 및 증권사 등 금융사의 CD금리 담합과 관련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고 있다. 김 위원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우리금융지주 매각과 산은지주 민영화 등도 사실상 무산되면서 금융위의 자존심을 크게 건드렸다. 금융위 입장에서는 입지가 더욱 좁아진 셈이다.
김 위원장이 주변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는 배경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분위기를 이끌면서 참석자들과 다양한 대화를 시도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청사 이전에 대해 넌지시 묻자 특유의 넉살좋은 표정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여유있게 말했다.
선수들 플레이에 열광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기자는 잠시 업무를 접었다. 김 위원장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직접적인 방법으로만 일을 해결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순간 깨달았다. 게임에 몰두하는 그를 괴롭히고 싶지도 않았다.
야구장에서의 모처럼의 망중한이 김 위원장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돼 국내 금융 현안을 해결하는 에너지로 작용하기를 기대해 본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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