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온라인판에 꿀벌과 투자자들의 행동방식을 비교한 흥미로운 기고문이 최근 게재됐다. 꿀벌과 투자자 모두 부정적 인지 편향(negative cognitive bias)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꿀벌에게는 이 부정적 인지 편향이 생존에 기여를 하지만 사람의 경우에는 합리적인 투자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뉴캐슬 대학 행동진화연구센터의 멜리사 베이트슨 박사 및 연구진은 ‘커런트 바이올로지’라는 학술지에 벌들의 부정적 인지 편향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베이트슨 박사는 벌들에게도 감정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벌들이 살고 있는 벌통을 흔들고 난 뒤에 벌들의 행동을 살펴보는 실험을 했다.
통상적으로 벌통이 심하게 흔들리는 경우는 오소리나 곰 등이 꿀을 빼앗기 위해 벌통을 습격할 때 발생하기 때문에, 벌통을 흔드는 것은 벌들에게 공포를 안겨줄 수 있는 사안이다. 실험결과를 보면 벌통이 흔들린지 60초가 지난 뒤에도 벌들은 이어지는 어떠한 자극(그것이 적대적인 공격행위가 아니더라도)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공격 행위로 파악하는 경향을 보였다.
벌들의 이와같은 상태는 벌들의 적대적인 행위 및 화학적인 특성으로도 알 수 있다. 벌집을 공격당한 벌들의 경우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옥토파민, 세로토닌의 수치가 현저히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물질은 통상적으로 학습과 기억에 관한 물질들로 사람의 경우 도파민 수치가 낮이질 것우 집중력 및 인지능력, 운동제어 기능이 저하되는 현상을 보인다. 즉 실험 결과에 따를 경우 벌들은 감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어떤 특성을 소유하고 있으며,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벌들은 나쁜 일이 발생했을 경우, 추가적인 나쁜 일을 예상하고 이에 대처하는 부정적 인지 편향을 보유하는 것인데, 이러한 특성은 사람의 경우에게도 똑같이 나타난다. 물론 여기에는 투자자들도 포함된다.
투자자들의 부정적 인지 편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주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어 꾸준히 하향 추세를 보인다면, 투자자들은 이같은 하락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을 팔아버린다. 이러한 선택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가가 바닥 치고 턴어라운드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물론 바닥이 가까웠다면)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제약회사 등에 투자했을 때 한 건의 연구 실패 사례가 나올 경우 투자자들은 나머지 다른 연구 모두 성과를 낼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투자 비중을 축소해버린다. 각각의 실험성패는 서로 별개의 사안임에도 부정적인 일들이 계속해서 반복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인지 편향이 투자자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투자자들이 직면한 위험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적정한 가치로 판단하지 못하게 된다는 데 있다. 포브스는 원금 대비 20%의 손실을 입은 투자가 느끼는 고통을 감안할 때 투자자가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벌집이 흔들린 벌들이 곧바로 편안한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공포, 두려움은 생존본능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포브스는 이같은 부정적 인지 편향은 상당수 투자의 경우에도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특정한 기업에 대해 나쁜 소식이 있을 경우, 이후에 그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일이 발생했을 경우 투자자들이 오버하는 경향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정적 인지 편향들이 개별 투자자만이 아닌 전체 투자자 차원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했을 경우에 부정적인 뉴스는 그 뉴스 자체가 함의하는 것보다도 주가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인내력을 갖추고, 부지런히 과매도된 주식을 찾아다니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안겨주는 셈이다.
이 때문에 포브스는 벌이 있다면 꿀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벌과 같이 행동하는 투자자들이 있다면 돈을 벌 기회역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