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등(長明燈) 불빛을 오래 밝혀다오/자줏빛 남빛 깃을 단 소렴금 대렴금으로/나를 꽁꽁 묶어다오/고복(皐復)일랑 하지 말아다오 … 마음이 타올랐다 꺼지고 또 타오르고/그렇게 쌓인 재들이 수북하게/가슴을 가득 메웠던/내 사랑은//살아서 단 한 번도 나의 것이지 않았던 죽음은,/기억하지 말아다오/살아서 단 한 번도 나의 것일 수 없었던/모든 그리운 것들의 거처를
조용미의 '종생기' 중에서
■ 스물 여덟에 종생(終生)한 작가 이상의 소설 '종생기'에서 느낌을 얻어 썼다는, 이 종생기는 '몹시 위독한 삶을 살아내고 있던 어느 해'에 썼다고 시인이 고백하고 있다. 장명등은 묘역에 불을 밝혀 사악한 기운을 쫓는다는 석등이다. 소렴금 대렴금은 염할 때 입는 옷이다. 고복은 동쪽 지붕으로 올라가 죽은 이의 옷을 흔들어 혼을 부르고 발상(發喪)을 하는 예식이다. 종생은 생을 끝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평생이란 의미도 된다. '살아서 단 한 번도 나의 것일 수 없었던 모든 그리운 것'에 대한 갈증을, 죽음 너머로까지 가져가고 싶지 않다는 그 마음은, 내 것이 되지 못한 사랑에 대한 뼈아픈 고백이 아닌가. 죽음을 배경으로 삶의 심지를 돋우는 저 현기증은, 그녀가 아직 종생보다 생을 힘주어 기록하는 자임을 웅변한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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