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명백한 파울이었다. 공은 이미 뒤로 빠졌고 산드로의 태클은 김보경의 발을 걸었다. 넘어지지 않았다면 곧바로 결정적 기회였다. 페널티킥 선언은 당연했다. 그럼에도 주심의 휘슬은 침묵했다.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8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준결승전에서 브라질에 0-3로 완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11일 3시 45분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게 됐다.
물론 경기력 차이가 승패의 직접적 원인이었다. 하지만 판정의 아쉬움도 가득한 경기였다. 결정적 순간마다 주심의 휘슬은 한국을 외면했다. 전반 14분 측면 크로스에 이은 김현성의 헤딩을 맞고 공은 골문 앞에 떨어졌다. 달려들던 지동원이 헤딩으로 연결하는 순간, 상대 수비의 발이 높이 올라와 부딪혔다. 위험한 플레이였다. 페널티킥까진 아니더라도 간접 프리킥 판정도 충분한 장면이었다. 주심은 코너킥을 선언할 뿐이었다.
결정적 장면은 후반 3분 나왔다. 공간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을 파고들던 김보경이 브라질 수비수 산드로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앞선 브라질-온두라스와의 8강전, 비슷한 장면에서 지체 없이 브라질의 페널티킥이 선언됐었다. 이번에도 주심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이없는 판정에 한국 선수들은 항의했고 관중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절호의 동점 기회를 놓친 한국은 힘이 빠졌다. 결국 후반 다미앙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0-3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경기 초반 팽팽했던 승부를 펼쳤기에 아쉬운 결과였다. 특히 분위기에 쉽사리 흔들리는 브라질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판정에 대한 미련은 더욱 짙어졌다. 선제골이나 동점골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은연중에 심판 판정이 브라질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을만했다.
흥행 면에선 브라질의 결승 진출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월드컵 5회 우승에 빛나는 축구 강국이지만, 정작 올림픽 금메달은 없다. 삼바 축구의 자존심에 어울리지 않는 발자취다. 그만큼 브라질의 금메달 획득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스타 선수들도 즐비하다. ‘차세대 축구 황제’ 네이마르를 비롯해 다미앙, 파투, 간수, 오스카 등 삼바군단의 미래가 총출동했다. 티아고 실바, 마르셀루, 헐크 등 묵직한 이름값의 와일드카드도 합류했다. 성인 대표팀이라 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이런 브라질이 한국의 돌풍에 꺾이는 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FIFA) 등의 입장에선 모두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그런 생각은 더더욱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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