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리필제품이 인기다. 유명 브랜드 로고가 적힌 화장품 케이스를 자랑하듯 꺼내들던 2030 여성들까지 절반 값에 구매가 가능한 리필용 제품에 눈길을 주고 있는 것.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픈마켓 옥션에서 올 1월부터 7월까지 판매된 생필품 리필제품 판매량은 전년보다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한 달간의 리필용 제품 판매량은 더욱 늘었다. 화장품류를 포함한 세제ㆍ섬유유연제ㆍ샴푸ㆍ바디샴푸 등의 생필품 리필용품 판매량이 전년대비 40% 증가했다.
매출액 172억원을 돌파하며 백화점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헤라UV 미스트 쿠션 파우더도 최근 리필제품이 본품의 판매량을 넘어설 기세다. 현재 온라인쇼핑몰에서 이 제품의 리필은 본품의 절반도 채 안 되는 1만5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정품 가격은 리필 포함 4만5000원대.
SK-II의 스킨 시그니처 크림 인 파운데이션의 경우, 리필용은 현재 최저가 5만1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반면 본품 정상가는 케이스가격 포함 10만원대를 훌쩍 넘는다.
얇아진 지갑 탓에 불필요한 케이스값에 돈을 쓰느니 내용물만 알차게 쓰겠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리필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직장인 최진형(30)씨는 "화장품값을 아끼려고 한때 샘플제품을 애용하기도 했었는데 최근 샘플판매가 금지되면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며 "샘플 대신 리필로 대체해 알뜰하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불경기에는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제품들이 팔린다고 해서 '립스틱 경제'라고 하지만 요즘에는 극심한 불황 때문에 립스틱마저 팔리지 않고 있다"면서 "오히려 리필 제품을 찾는 고객이 많아지고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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