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은 가브리엘 더글러스 열풍에 휩싸였다. 올림픽 영웅으로 떠오른 여자 체조의 신성. 올해 만 16세에 키 150㎝에 불과한 그는 2012 런던올림픽 체조 단체전에 이어 3일(한국시간) 열린 개인 종합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대중의 눈은 금메달보다 다른 곳을 향한다. 극적인 승부, 체조에선 흔치 않은 흑인 그리고 어려웠던 개인 가족사다. 다양한 정보가 공개되며 더글러스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고 있다. 같은 날 남자 수영 개인 혼영 2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개인 통산 메달 수를 20개(금16, 은2, 동2)로 늘린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를 능가할 정도다.
더글러스는 이날 런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끝난 개인 종합 결선에서 도마-이단평행봉-평균대-마루 운동 4개 종목 합계 62.232점을 획득해 자신보다 한 살 위인 2010년 초대 청소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빅토리아 코모바(러시아·61.973점)를 간발의 차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두 선수의 점수 차는 0.259로 그야말로 초 접전 승부였다. 더글러스는 도마에서 가장 높은 15.966점을 얻었고 코모바는 3위에 해당되는 15.466점을 차지했다. 이단평행봉에서는 코모바가 15.966점으로 15.733점에 그친 더글러스를 앞섰다. 평균대에서의 결과도 박빙이었다. 더글러스는 15.500점, 코모바는 15.441점을 각각 얻었다. 승부처는 결국 마지막 마루 운동이 됐다. 더글러스는 15.033점으로 경기를 매듭지었다. 코모바는 실수 없이 마루 운동을 마쳤으나 15.100점을 받는데 그쳐 더글러스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말았다.
더글러스는 흑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앙증맞은 체구에다 흑인 특유의 탄력이 돋보인 그는 미국 흑인 여자 체조 선수로는 최초로 개인 종목을 석권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에서 흑인 최초라는 수식어가 얼마나 값진지는 최초의 메이저리거인 재키 로빈슨을 떠올리면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더글러스는 개인뿐만 아니라 조국인 미국에도 영광을 안겼다. 더글러스의 개인 종합 금메달로 미국은 1984년 매리 루 레튼, 2004년 칼리 패터슨, 2008년 나스티아 류킨 이후 통산 4번째이자 3회 연속 개인 종합 금메달을 획득하는 경사를 맞았다.
'나는 다람쥐((Flying Squirrel)'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공중 동작이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더글러스는 넉넉치않은 가정에서 세계 정상에 올라 감동을 주고 있다. 미국 동부 버지니아 주 출신으로 6살 때 체조를 시작한 그는 8살 때인 2004년 주내 챔피언에 오르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려면 훌륭한 코치 밑에서 수업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싱글 맘 밑에서 그런 교육을 누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2007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이자 2008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숀 존슨을 키워낸 중국의 체조 영웅 량차오가 지도하는 집에서 약 2000㎞나 떨어진 아이오아주 소재 학교로 이동하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였다.
하지만 엄마인 나탈리 호킨스는 애지중지하던 자신의 보석 등을 팔아 학교 등록금을 지불했다. 기꺼이 딸의 미래를 위해 떨어져 기거하겠다는 결단까지 내렸다. 이 같은 엄마의 희생에 14살 때 체조 유학을 떠난 더글러스는 량차오의 집중적인 지도와 최고가 되겠다는 다짐 속에 2010년부터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미국의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고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체조 부문 최고 스타로 성장했다. 더글러스는 체조 유학 시절 아이오아 주 백인 가정 밑에서 기거하며 친엄마 못지않은 보살핌을 받기도 했다.
미국은 앞으로 진행될 육상 등 남은 종목에서 많은 금메달 사냥을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스타의 탄생도 함께 고대한다. 하지만 어떤 스타가 탄생하든 더글러스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보여준 화려한 플레이와 스토리에 미국인들이 푹 빠져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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