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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 언저리│SM이 개막식을 연출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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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공연을 좋아할 수는 없다. (개막식에서 묘사된 것들은) 우리가 옳다고 느끼는 가치들이며 그 이상의 아젠다는 없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의 개막식을 연출한 대니 보일 감독은 자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존중을 보여준 개막식이 일각에서 “좌파적”이라는 비난을 받자 이렇게 말했다. 이는 연출가가 추구하는 확고한 가치가 있다면 공연은 그 자체로 존중받을 만한 일이며, 연출가에 의해 행사의 색깔 또한 다양해질 수 있음을 뜻한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과연 한국에서 올림픽이 다시 열린다면 어떤 개막식들이 나올 수 있을까. <10 아시아>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을 기념하며 개성이 분명하거나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연출가들의 개막식을 떠올려 봤다. 다음은 그들의 머릿속을 파헤..치진 못하고 살짝 상상해 본 결과니, 1초 동안 즐기듯 가볍게 미래의 개막식을 상상하길 바란다.


런던 올림픽 언저리│SM이 개막식을 연출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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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그 콘서트> 제작진
캐치 프레이즈: 대한민국을 웃기는 힘, 지구를 웃기는 힘!
연출 포인트: 지구를 흔들 웃음으로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준다! 300명의 갈갈이 분장을 한 무용수들이 앞니로 무를 갈고 다산의 상징 출산드라가 노동력의 원천이 될 출산을 찬양하면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그 시절, ‘격동의 시간’이 시작된다. 2막 ‘풍요의 시대’는 한국인의 의지를 과시하는 시간으로, 수다맨은 세계 모든 지하철역 이름을 외우고 달인은 주경기장을 가로질러 외줄타기를 할 예정. 이어 급속한 산업화의 그늘 ‘혼돈의 시대’가 시작되며 여기저기에서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외침이 들려오지만 사바나 원주민, 블랑카, 영국 귀족 루이 윌리엄 세바스찬 주니어 3세, 곤잘레스가 지구 평화의 노래를 부르며 세계화를 통해 이를 잠재운다. 공정한 심판을 기원하는 용감한 녀석들의 1초 공연이 끝나면 마지막은 디지털 시대에 존재론적 철학을 다시금 일깨우는 기수 갸루상이 등장, 미래의 화두를 제시하고 이태선 밴드의 음악을 배경 삼아 성화를 봉송한다.


런던 올림픽 언저리│SM이 개막식을 연출한다면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제작진
캐치 프레이즈: 쉬지 말고 뛰어라! Don't stop, Keep running! Contune de Courrir, ne t'arretes pas!
연출 포인트: 진짜 승부는 개막식부터! 성화 봉송 주자를 찾기 위한 ‘런닝맨’ 멤버들의 레이스가 시작된다. 등에 이름표를 붙인 선수들은 ‘공간의 지배자’, ‘육감의 소유자’, ‘꿰뚫어 보는 자’, ‘시간의 지배자’, ‘불사조’, ‘분신술사’, ‘데스노트’ 등 7가지 초능력 부분으로 나뉘어 입장한다. 팀당 성화 봉송 주자가 한 명씩 숨어있는데 ‘런닝맨’ 멤버들은 이들을 찾아 무사히 성화를 봉송해야 한다. 제한 시간은 MC 정재형이 한국어, 영어, 불어 등 3개 언어로 선수를 소개하고 K-POP 아이돌이 공연을 마칠 때까지이며, 제한 시간이 지나면 최민수의 메뚜기 사냥, 안문숙과 좀비 인간의 습격, 관객석에 숨어 있는 스파이의 물총 세례가 차례대로 진행된다. 봉송 주자들은 중간 중간 선수 선서 및 개막 선언 때마다 주문을 외치며 능력을 발휘하니 그 때를 노려야 하는 게 힌트. 주자를 찾고 최민수, 안문숙, 좀비 인간, 스파이의 이름표를 뗀 후 관객석에 앉으면 미션 완료다.


런던 올림픽 언저리│SM이 개막식을 연출한다면


영화감독 유세윤
캐치 프레이즈: “내가 하는 게 예술이야”
연출 포인트: 경기장에 유세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제가 연출한다고 하니까, 비틀즈 중에 존 레논 말고 폴...매카트니? 그 아저씨가 내 무대 오른다고 연락이 왔어요. 음악이 뭔지 한 번 보여주려고요. 헤이, 포올-” 일반적인 형식과 다르게 거장과의 공연부터 시작한 개막식. 유세윤의 발짓에 경기장은 동요하고 떼창은 커진다. “올림픽 프리덤 저 찬란한 불빛 oh oh oh 올림픽 프리덤 젊음이 가득한 세상” 곧이어 IOC 위원장이 개막을 선언하자 경기장에 전류가 흐르고 204개국 선수들 대신 빙닭, 씨부엉새 등 각국에서 몰려온 동물들이 입장한다. 기막힌 서커스 도중 개코원숭이가 마음대로 성화를 봉송할 경우 유세윤과 뮤지, 유병재, 임진모 등으로 구성된 어벤져스 팀이 투입되어 동물들을 통솔한다. 마지막으로 유세윤이 아무도 없는 경기장에 등장해 시를 낭송하면서 개막식은 마무리된다. “폴에게 음악이란? 또 다른 돈벌이 / 나에게 올림픽은? 나 역시 돈벌이 / 도대체 뭐가 예술이야 도대체 뭐가 스포츠야 / 도대체 뭐가 공정이야 도대체 뭐가 화합이야”


런던 올림픽 언저리│SM이 개막식을 연출한다면


KBS <겨울연가>, <사랑비>의 윤석호 감독
캐치 프레이즈: 사계절은... 돌고 도는 거야!
연출 포인트: “난 나중에 나무가 되고 싶어. 한 곳에 뿌리를 내리면 다신 움직이지 않는 나무.” 송혜교가 대사를 읊으면 병든 지구를 살리기 위한 친환경을 모토로 사계절과 순수한 사랑을 기리는 개막식이 시작된다. 푸르른 잔디 위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가 경기장 안을 메우고 400쌍의 선수들이 잔디 위에서 왈츠를 춘다. 곧이어 70억 개의 꽃잎과 비가 내리고, 여자 무용수들은 비를 맞다 주저앉지만 멀리서 다가온 남자 무용수들의 손을 잡고 일어나 경기장을 마음껏 뛰어다니며 여름의 열정을 구현한다. 찬바람이 불자, 정원을 가꾸던 소녀시대 윤아와 손예진이 수수한 옷차림의 송혜교와 한효주를 만나 떨어진 낙엽을 줍고 이윽고 대형 눈사람이 경기장 끝에서 천천히 다가와 중앙에서 입을 맞춘다. 바로 그때, 따뜻하게 녹은 땅 위로 열기구를 탄 배용준이 장근석과 내려와 개막을 선언한다. “일류는 실력도 있고 노력도 하는 선수입니다. 모두 일류가 되세요.”


런던 올림픽 언저리│SM이 개막식을 연출한다면


MBC <허준>, <대장금>의 이병훈 감독
캐치 프레이즈: 미션! 클리어! 미션! 석세스!
연출 포인트: 실력만 있다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법. 미션을 클리어한 뒤 끊임없이 레벨 업 하는 것이야말로 올림픽 정신에 어울리는 개막식이다. 선수단 맨 끝, 볼품없이 서 있던 한 선수가 초가집이 있는 시골 무대 위로 걸어가면 공연이 시작된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식스팩을 만들던 이 남자가 흉작으로 고생하는 이웃들을 위해 덜 먹고 덜 자며 기우제를 지내고, 하늘에서 70억 개의 홍시 비가 내리면 1막이 끝난다. 마을을 구한 그는 비둘기 날개를 달고 더 넓은 세상으로 가기 위해 자전거를 탔지만 그것도 잠시, 성화가 없어져 혼란스러운 마을에 들어가 모험에 휩쓸린다. 병원 신세를 지고 누추한 차림으로 방황하던 이 남자는 우연히 위장한 국가 원수를 만나 사연을 털어놓고 성화 봉송의 영광을 물려받는다. 그러나 성화 봉송을 마친 뒤 “어떻게 혈혈단신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느냐”라는 원수의 질문에 “그냥 미션만 클리어 했을 뿐인데 어떻게 올라왔냐 물으시면...” 이라 겸허히 답한 그는 잔디에 묻은 홍시들의 잔해를 닦아내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난다.


런던 올림픽 언저리│SM이 개막식을 연출한다면


SM 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프로듀서
캐치 프레이즈: K-POP, Fighting! SM TOWN, Forever!
연출 포인트: 분열된 세상, 문화와 스포츠만이 인류를 구한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25번 G단조 K.183 중 제1악장이 울리면 하늘에선 전사 복장을 한 선수들이 와이어를 타고 내려오고 땅엔 가면을 쓴 사람들이 등장한다. 생명도 감정도 없이 쓰레기만 나뒹구는 삭막한 벌판. 그 위의 비디오 속에 H.O.T., SES, 신화,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 샤이니, f(x), EXO-K, 유영진 등 SM 엔터테인먼트 출신 가수들이 총출동해 원리도 절대 진리도 없어진 세상을 향해 천천히 ‘Sorry, Sorry’를 바치고 모든 사람이 손을 비비기 시작한다. 그들의 뜨거운 손길이 불길로 변해 오륜기를 불태울 때, 소녀시대가 지구 모형과 등장해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에 안녕을 고하면 개막식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이윽고 지구 모형 안에서 이수만 프로듀서가 나와 성화를 봉송하고 외계인 대 K-POP 아이돌의 축구 경기인 <평화의 시대 라이즈>가 3D로 중계되는데, “경기 어떻게 보세요?”라는 소녀시대의 물음에 IOC 위원장은 답한다. “3D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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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10 아시아 디자인.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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