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흉내 낼 수 없을 것 같은 개막식으로 시작한 2012 런던 올림픽은 하루가 멀다 하고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오심판정을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는 여전히 개막식의 뭉클한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테고, 누군가는 환호와 눈물로 매일 밤을 지새우고 있을 테고, 또 다른 누군가는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을 것이다. 같은 올림픽을 대하는 제각기 다른 자세들, <10 아시아>가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올림픽 언저리 특집을 준비했다. KBS <개그 콘서트> 제작진부터 SM 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프로듀서까지 한국인이 연출하는 가상 올림픽 개막식, 앞으로 남은 경기를 더욱 맛있게 즐기기 위해 필요한 야식과 다이어트 비법 및 또 한 번 오심 판정이 났을 때 함께 분노할 수 있는 방법을 동시에 제안해주는 ‘올림픽 야간매점’ 코너, 올림픽 경기와 전혀 상관없지만 은근히 승부욕을 자극하는 올림픽 장학 퀴즈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8월 2일 AM 01:00, 남자 축구 예선 B조 6경기 (대한민국 : 가봉)
경기 전: 식상한 양념 반+후라이드 반 말고 트렌디한 파닭. ‘네 캔에 만 원’ 세일하는 맥주. 언제나 무는 많이.
경기 중: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는 순간, 심호흡을 크게 한 후 과감하게 닭다리를 집어든다. 퍽퍽한 살코기에 목이 막힐 땐 새콤한 파와 콘 샐러드의 어시스트를 받아 갈증을 해소하고, 우리나라 선수가 기가 막힌 골을 넣었을 때는 맥주 원샷으로 기쁨을 함께 한다. 혹시 전반전에 치킨 한 마리를 후다닥 해치웠다 해도 추가 주문은 불가능하다. 한창 야식 주문이 밀려있을 피크타임, 최소 1시간을 기다릴 자신이 있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경기 후: 파닭 한 마리(625kcal)+맥주 한 캔(200kcal)을 먹었을 경우, 장장 3시간 동안 축구를 하면 된다. 쉽게 말해 2회 연속 출전. 여기서 중요한 건, 선.수.교.체.없.이.
오심 판정 시: 겨자 소스가 잔뜩 스며 든 파만 먹으면서 눈물과 콧물을 동시에 쏟아낸다.
8월 3일 PM 06:59, 수영 남자 1500m 자유형 예선 3조 (박태환 선수)
경기 전: 찬장에 기본 3개 이상씩 있는 컵라면. 박태환 선수도 춤추게 만드는 햇반. 접시에 옮겨 담는 것조차 귀찮아 통째로 꺼내놓은 김치. 컵라면은 뜨거운 물을 부은 뒤 정확히 4분을 지켜 먹기 시작해야 한다. 1초 차이로 라면이 우동이 될 수 있다.
경기 중: 1500m 자유형에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15분. 컵라면을 먹고 밥 한 공기 말아먹고 국물까지 원샷하고도 5분이 남는 시간. 박태환 선수가 입수하는 동시에 컵라면을 개봉한다. 턴 한 번에 한 젓가락 원칙을 고수하며, 박태환 선수가 막판 스퍼트를 낼 땐 라면 국물 원샷으로 시원하게 마무리 짓는다. 만약 ‘용감스러운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의 목에 메달이 걸린다면, 한 손엔 빈 햇반 공기, 다른 한 손엔 빈 컵라면 공기를 들고 ‘햇반댄스’를 격하게 추도록.
경기 후: 컵라면 하나(470kcal)와 햇반 한 공기(310kcal)를 먹었을 경우, 최소한 한 시간은 수영을 해야 한다. 뒤에서 죠스가 쫓아온다는 마음으로 빨.리.더.빨.리.
오심 판정 시: 오열하며 ‘햇반댄스’를 춘다.
8월 4일 PM 04:40, 배드민턴 남자 복식 준결승 (이용대&정재성 선수)
경기 전: 혼자서 거뜬히 다 먹을 수 있는 레귤러 사이즈 피자. 배드민턴 서비스...가 아니라 동네 피자가게 개업 2주년 사은행사로 받은 오븐 스파게티 서비스. 냉장고 문을 열면 변함없이 나를 반기는 맥주 두 캔.
경기 중: 피자, 스파게티, 맥주의 지능적인 콤비 플레이가 관건이다. 방 안 가득 은은하게 퍼지는 치즈 냄새에 배가 고파오면 서서히 피자-스파게티-피자-스파게티 랠리를 시작한다. 선수들의 긴장도 풀렸고 나의 흡입속도도 안정궤도에 접어들었다면 마지막 남은 피자 한 조각으로 가볍게 토스하고 스파게티로 길게 받은 후, 맥주 한 모금으로 있는 힘껏 스매싱을 날리면 된다.
경기 후: 피자 2조각(492kcal)과 맥주 두 캔(400kcal)을 먹었을 경우, 쉬지 않고 한 시간 반 동안 배드민턴을 치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쉬.지.않.고.
오심 판정 시: 안 그래도 쓰린 속, 피클과 핫소스로 불을 지핀다.
8월 5일 PM 11:30, 역도 여자 +75kg급 A조 (장미란 선수)
경기 전: 쫄깃한 앞다리 족발, 쟁반국수, ‘음료 또는 소주 택일’ 서비스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른 소주, 혹시나 해서 준비한 맥주 네 캔.
경기 중: 그래봤자 1kg이 안 되는 무게겠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묵직한 족발이 배달됐다면 1단계 클린 동작 후 어깨에서 한 번 쉬고 충분히 숨을 고른 후 완전히 팔을 뻗어보자. 장미란 선수가 1단계 클린 동작에서 2단계 저크 동작으로 넘어가기 직전, 너무 떨려서 내 숨이 먼저 넘어갈 것 같다 싶으면 미리 말아놓은 ‘소맥’으로 긴장을 푼다.
경기 후: 족발 1인분(200kcal)과 맥주 네 캔(800kcal)을 먹었을 경우, 두 시간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쟁반국수와 소주 칼로리는 아직 계.산.도.안.했.다.
오심 판정 시: 보쌈+족발세트 추가주문.
8월 9일 PM 08:00, 리듬체조 개인 종합 예선 로테이션 1 (손연재 선수)
경기 전: 손연재 선수 얼굴이 새겨진 아이스크림을 한 통 구입한다. 괜히 우아한 척 티스푼 꺼냈다가 나중에 답답해 하지 말고 큼지막한 밥숟가락을 준비하도록.
경기 중: 숟가락은 달랑 하나고 아이스크림 통은 깊다. 고로, 수시로 떠먹으면 된다. 손연재 선수의 싱그러운 미소가 부러워서 한 숟가락, 경기 시작한 기념으로 한 숟가락, 쭉쭉 뻗어나가는 가늘고 유연한 팔다리가 부러워서 한 숟가락, 이번 경기를 위해 얼마나 체중 조절을 했을까 안쓰러운 마음에 또 한 숟가락. 뚜껑에 새겨진 손연재 선수가 ‘언니, 정말 이거 혼자 다 먹은 거에요?’라고 말하는 것 같겠지만,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야.
경기 후: 아이스크림 한 통(800kcal)을 다 먹었을 경우, 2시간 동안 방을 활보하며 체조를 하면 된다. ‘살살 녹는 우유’로 만들었다고 해서 살까지 살살 빠지는 건 절.대.아.니.다.
오심 판정 시: 심판이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삼켜 머리가 얼얼해지는 상상을 해본다.
8월 12일 PM 07:00, 육상 남자 마라톤 (장신권, 이두행, 정진혁 선수)
경기 전: 별로 준비할 것도 없다. 먹어도 먹어도 쉽게 줄어들지 않는 강냉이면 충분하다.
경기 중: 세 선수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준다는 생각으로 강냉이를 먹자. 실현 불가능한 계획일지라도, 마음만큼은 42,195개의 강냉이를 먹겠다는 열정으로 경기를 지켜보자. 한 걸음에 한 알씩 먹는 속도를 유지하며, 선수들이 물을 마시는 시점에 한 번씩 목을 축여주면 된다. 선수들이 막판 스퍼트를 낼 땐 한 알이 아닌 한 주먹씩 입에 털어 넣으며 완주를 축하해주도록.
경기 후: 살 안찌는 강냉이라고 무시하지 마라. 한 봉지(480kcal) 당 2시간은 걸어야 빠진다. 공.기.아.니.다.
오심 판정 시: 먹던 강냉이 집어던지기. 그리고 울면서 다시 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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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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