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치밀하게 계산된 듯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가 연달아 폭발적인 반응을 불렀다.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출간시기에 맞춰 촬영한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는 23일 밤 전국 기준 18.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안 원장의 방송은 지난 1월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편(12.2%), 문재인 상임고문 편(10.5%)을 큰 폭 앞지르는 시청률로 정치권을 긴장케했다.
안 원장은 방송에서 대선 출마에 대한 '어정쩡한 의지'를 다시 한번 밝혔다.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자신의 구상을 대중에게 평가받아보고, 여기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면 대선에 나가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의 대선경선 캠프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은 즉각 안 원장을 깎아내렸다. '안철수의 생각' 대담자이자 친안(親안철수) 핵심 인사로 떠오른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반대로 안 원장 방어와 지원에 나섰다.
경쟁 세력이 비판하고 친위 세력이 방어하는 형국은 안 원장이 이미 '대선판'에 깊숙이 들어왔음을 보여준다.
김종인 위원장은 24일 MBC 라디오 방송에서 안 원장의 전날 '힐링캠프' 방송 내용과 관련해 "그와 같은 생각(대선출마)이 있으면 야당의 대선 경선에 참여해서 대권 후보가 되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이라면서 "상당히 회의적이고 자신이 별로 없어 그 선택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통합당이 지난 지방선거 때의 '안철수-박원순식 결단' 같은 상황을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뒤 "(그럴 경우) 안 원장은 당을 새로 만들어서 단독출마를 하는 방법 밖에 없는데 그렇게 해서 대선에 승산이 있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안 원장의 대담집을 "일반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을 가져다 짜깁기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당면한 상황을 극복하고 나라를 새롭게 이끌 수 있다는 확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정임 교수는 같은날 KBS 라디오에서 "안 원장이 가진 복지, 정의, 평화, 복지 시스템을 확충하는 것,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는 것, 한반도 경제를 우리 경제의 돌파구로 만드는 적극적인 남북 화해협력 등이 상당히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줬다"고 치켜세웠다. 김종인 위원장의 비난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제 교수는 또 "(지금은) 기득권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고 사회 이동이 막힌 정의롭지 못한 경제 구도 같은 구체제인데 미래 가치는 국민들의 답답함을 풀어줄 수 있는 정당과 정치, 그 다음에 정의가 확립되는 경제구조, 복지와 정의와 평화가 구현되는 사회로 가야 한다는 얘기를 (안 원장이) 한다"고 설명했다.
제 교수는 이어 "(안 원장의) 개혁 의지가 굉장히 강한 것으로 느꼈다"면서 "결심이 선다면 당연히 정식으로 무대에 나서서 검증도 받고 논쟁도 하고 언론의 취재에도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원장은 전날 '힐링캠프'에서 "(책을 통해) 제 생각의 방향을 말씀드리면 저를 지지한 분들이 본인들의 기대수준과 맞는지 판단하실 것"이라며 "그 기준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안 원장은 이어 "지지자들의 생각을 알려면 제 생각을 보이고 얼굴을 맞대고 소통해야 한다"면서 "시대와 국민이 원하면 양쪽 다 가능성 열어놓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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