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서정진 회장은 2002년 셀트리온을 설립했다. 외환위기로 백수가 된 샐러리맨 10명이 '먹고 살려고' 시작했던 사업이란 일화는 꽤 유명하다. 그렇게 출발한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10년만에 결실을 냈다.
셀트리온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판매허가를 받아냈다. 셀트리온의 사업을 두고 '만들 수 있겠느냐'와 '잘 팔 수 있겠느냐'라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면 최소한 전(前)자는 해결된 셈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지금까지 없던 제약ㆍ바이오 분야의 새로운 영역이다. 10년 전엔 어땠을까. "장밋빛 환상만 심어 주식으로 돈 좀 벌려는 것"이라거나 "불가능하지 않지만 현실성 낮은 도박"이라는 비아냥이 주를 이뤘다.
그들이 틀렸고 서 회장이 옳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서 회장의 계획 역시 실패할 수 있는 것이었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 데는 억세게 좋은 운도 크게 작용했음을 서 회장 스스로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서 회장과 셀트리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전례 없는 영역에 뛰어든 그들의 도전의식이다. 그리고 밑바탕에는 생존을 위한 절박함이 있었다.
서 회장은 과거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샐러리맨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비즈니스였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이 괴로웠고 하루하루 살기 위해 몸부림쳐야 했다"고 회고했다.
10살 셀트리온이 해낸 것에 비하면 110살 제약산업의 성과는 초라하다. 오랜 기간 국민 건강을 위해 저렴한 복제약을 공급했다는 것 외 별달리 내세울 게 없다.
100년 넘게 '새로운 분야'라는 것을 개척해본 일이 없는 선배 제약기업들은 서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오랜 악습인 리베이트를 끊고, 떨어진 약가를 감수하며, 신약개발에 투자해야 하는 어려움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들이 처한 환경은 사채까지 끌어다 쓰며 비전 하나로 버텨온 셀트리온과 비교하면 등 따신 편이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을 둘러싼 정책적 악재들 중 일부는 불가피하고 어떤 것은 잘못된 무리수다. 그래서 정부가 산업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는 하소연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온실 속에 머무를 이유만을 찾으며 버틸 것인가.
불확실한 길을 떠나는 일은 언제나 두렵다. 그래서 지금 이 곳에 머무르며 현실에 적응하는 안전한 차선책을 찾게 된다. 이것이 우리 제약업계가 선택해온 110년의 생존방식이었다.
배수진을 치고 온 몸을 던지는 사람을 당해낼 도리는 없다. 출발하지 않는 자에겐 도착도 없다. 셀트리온이 던지는 두 가지 분명한 메시지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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