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SBS 일 저녁 6시
잘 할 줄 알았는데 더 잘 했다. 아이돌과 올림픽, 여름 예능에 최적화된 두 가지 아이템을 결합시켰다는 것만으로도 ‘런닝 올림픽’은 시선을 끄는 기획이었지만 소재들을 그저 프로그램 안에 밀어 넣는 일차원적 구성을 넘어 인물과 소재, 포맷 사이에서 가장 좋은 화학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예능으로서의 다양한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그것은 지난 2년여 동안 ‘런닝맨’이 꾸준히 쌓아온 내공이다. 정재형의 3개 국어 동시 진행 개막식처럼 시작은 재미를 위한 꼼꼼한 장치에서 출발하지만, 1경기 패배 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김종국과 그에 반항하는 멤버들의 관계를 비롯해 승부욕이 강하고 명민하거나(닉쿤) 승부욕은 강한데 허당이거나(이준) 승부욕이 강하면서도 넉살 좋은(윤두준) 아이돌들의 캐릭터를 드러내며 생동감이 더해지자 막바지 추격전의 긴장감은 최대치로 끓어올랐다.
“아무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떨리지? ...아무것도 아니니까 떨리지” ‘이름표 계주’ 차례를 기다리며 긴장한 나머지 두서없이 내뱉은 하하의 말은 ‘런닝맨’이 갖는 이런 에너지의 근원을 보여준다. 체력과 운동신경이 월등한 아이돌 팀, 팀워크와 노하우로 다져진 런닝맨 팀의 성격은 각각 다르지만 무더운 날씨에 ‘아무 것도 아닌’ 승부에 진심으로 임하며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든 이들은 그저 연기자가 아니라 경기자로서 프로그램의 매력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숨바꼭질에서 탈락한 멤버들에게 아이스크림 수다의 시간이 주어진 것은 승부가 끝나도 즐거움은 끝나지 않는 예능의 미덕이다. 그래서 “승리가 아니라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는 올림픽 정신은 빛바랜지 오래지만 ‘런닝 올림픽’에서만큼은 유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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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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