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행정기관에서 결혼한 첫 '남남북녀' 커플

시계아이콘01분 17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중앙공무원교육원 결혼식장 개방, 북한이탈주민 1호 부부 탄생

행정기관에서 결혼한 첫 '남남북녀' 커플 7월의 신부가 된 조명희씨가 식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AD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북한이탈주민 조명희(36)씨가 꿈에도 그리던 웨딩드레스를 21일 입었다. 결혼식이 열린 곳은 중앙공무원교육원이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차일피일 미루던 조 씨는 이번에 정부의 지원을 받아 결혼식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공공기관인 중앙공무원교육원을 예식장으로 사용한 비용도 무료다.

7월의 신부가 된 조명희 씨는 "인생의 가장 큰 행사를, 나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된 나라의 도움으로 치르게 된다니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며 "결혼은 물론 지금까지 받은 도움들 앞으로 하나하나 갚으며 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준비 중인 사회복지사 시험 꼭 합격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 씨에게는 현재 11개월 된 아들도 있다.


8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스무살이 되던 해에는 아버지마저 돌아가신 후 그녀는 북한에서 노점상을 하며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중국에서 물건을 떼와 북에서 팔면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갔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삶도 쉽지 않았다. 식당 일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갔지만 행여 신고라도 당할까 눈치를 보며 숨어 살아야 했다. 2006년 처음 한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3년 동안 한국으로 올 준비를 했다. 식당에 오는 한국 손님들과 방송에서 접한 한국 소식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2009년 12월 조 씨는 드디어 한국 땅을 밟았다. 북한과 중국에서의 고생스러웠던 시절을 모두 잊는 듯 했지만 한국에서의 생활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어딜 가든 '북한이탈주민'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좋은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던 중 다니던 식당 직원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다. 제 일처럼 챙겨주고 이해해주는 남편과 시댁 식구들 덕에 한국을 이해하는 것은 쉬웠고 즐거웠다.


이번 결혼식은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예식 비용을 무료로 지원했고, 중앙공무원교육원은 과천시 자원봉사센터와 협력해 자원봉사자 모집을 통해 사진촬영·신부화장·주차안내·식당서빙 등을 지원하는 등 결혼식 비용 전액을 무료로 지원했다. 주례는 북한이탈주민의 첫 결혼식을 축하하는 의미로 이북5도위원회 김동명 함경북도 지사가 맡았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은 200석 규모의 대회의실을 결혼식장으로 꾸미고, 신부대기실, 폐백실, 조명, 음향, 하객용 의자 등 예식에 필요한 시설을 갖췄다. 교직원 식당을 통해 피로연도 가능하다. 결혼식장은 주말과 공휴일에 이용이 가능하고, 북한이탈주민이나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8월까지 과천의 중앙공무원교육원과 수원의 지방행정연수원에서 다문화가정 3쌍을 대상으로 추가로 무료 결혼식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일재 행안부 정책기획관은 "경제적 부담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다문화가정과 북한이탈주민 부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이번 결혼식을 지원하게 됐다"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사회의 취약계층에게 나눔과 봉사의 문화가 확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