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모래알처럼/수많은 사람 중에 만난 그 사람/파도 위에 물거품처럼/왔다가 사라져간 못잊을 그대여/저 하늘 끝까지 저 바다 끝까지/단 둘이 가자던 파란 꿈은 사라지고/바람이 불면 행여나 그 님인가/살며시 돌아서면 쓸쓸한 파도 소리
키보이스의 노래 '바닷가의 추억'
■ 견고한 삶을 부정하는 바람끼, 혹은 소금끼들. 세상의 모든 정연한 문맥들을 일거에 쓸어버리고 거기다 세운 유목의 잠정적인 구호들. 바다에는 늘 그런 것이 사물거린다. 나는 구름을 사랑한다. 정처없이 떠도는 것들을. 안면도엔 내가 누르고 숨겨온 내 안의 애인이 있다. 바다에 가면 늘 만날 수 있는, 수평선 너머를 향한 몽상. 나의 성실, 충직, 일상, 진지, 근면. 이런 덕목들이 강박해온 삶의 굳건한 성채를 허물 무엇인가가 그곳에 있을까. 바다엔 아무 것도 없다. 낭만주의란 꿈의 해체, 믿어온 신념들의 출혈, 이래도 되나 싶은 막대한 낭비가 아니던가. 가슴 속 깊은 불길을 꺼줄, 혹은 더욱 댕겨줄 술을 원한다. 고래사냥. 그 금지된 추격을 위한 은빛 작살. 옛 노래는 한 시대의 물거품들을 재웠지만 우린 잠들지 못하리라. 한겹 텐트 속에서, 깊은 출렁거림과 들끓는 청춘의 꿈 속에서.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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