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
인천 상권을 장악하려는 대형마트들의 입점경쟁이 치열하다. 이미 포화상태를 넘었다는 비판이 무색하게 인천 계양과 연수에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형마트 2곳이 입점을 앞두고 있다.
인천 계양구에선 지난 1998년 2월 들어선 홈플러스 바로 길 옆에 롯데마트 계산점이 입점한다. 지난 15일 매출부진으로 폐점한 그랜드마트를 롯데마트가 인수했다. 롯데마트는 오는 25일 그랜드마트로부터 건물을 인수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기존 그랜드마트는 지하 3층ㆍ지상 6층에 연면적이 1만3972㎡에 이르는 대형매장이었다. 홈플러스 계산점보다 2000㎡ 가량 매장 면적이 더 넓다.
이 곳을 비롯해 인천 부평ㆍ계양 일대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대형 유통자본들이 줄줄이 진출하면서 지역 소상권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지역이다. 부평구청을 중심으로 반경 4㎞ 안에 이미 무려 9개의 대형마트가 성업 중이다. 대형마트 시장에선 '중ㆍ소기업' 축에 드는 그랜드마트가 물러나고 '공룡' 격인 롯데마트가 또 다시 가세하면서 경쟁 심화는 물론 지역상권 붕괴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계양에서 '방패'를 든 홈플러스는 인천 연수구에선 '창'을 들었다. 지난 2002년 문 연 이마트 연수점 옆에 오는 9월 홈플러스가 개장한다. 당초 화물터미널 예정부지였던 이 곳에는 3년 전 터미널 사업이 취소되면서 초대형 쇼핑몰 '스퀘어 몰'이 들어서는데 그 핵심시설의 하나가 홈플러스다. 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돼 현재 내장 공사 등 막바지 개점 준비가 한창이다.
연수구는 대형마트 업계에서 '신대륙'에 비유되는 지역이다. 인구 28만 명에 대형마트가 이마트와 롯데마트 단 두 곳 뿐이다. 롯데마트보다 2배 이상 규모가 큰 이마트 연수점은 인천에서 영업 중인 이마트 9곳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다고 알려져 있다. 계획인구 25만명인 송도국제도시가 개발될수록 연수지역 상권은 더 커진다. 홈플러스가 왕복 2차로 좁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마트 바로 앞에서 입점을 밀어붙인 이유다.
인천에 영업 중인 대형마트는 모두 27곳이다. 여기에 롯데마트 계양점과 홈플러스 연수점이 가세하면 29곳, 지난해 입주가 결정된 홈플러스 남구 숭의운동장점까지 더하면 향후 3년 안에 총 30곳으로 수가 늘어난다.
현재 287만 명인 인천의 인구를 감안하면 처음으로 대형마트 한 곳 당 인구가 10만 명 아래로 떨어진다. 한 곳 당 인구가 15만~20만명 이하로 떨어지면 지역상권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대형마트 입점을 막을 길이 열렸지만 속수무책이다. 롯데마트 계산점은 기존에 이미 운영 중인 대형마트를 인수하는 경우라서 '신규입점'에 해당되지 않아 해당 구청이 법적으로 입점을 제한할 수 없다. 홈플러스 연수점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전에 이미 토지주와 홈플러스가 매장 임대차계약을 맺어 역시 입점을 막을 수 없다.
정재식 '대형마트규제와 소상공인 살리기 인천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오직 수익 만을 따지는 대규모 유통자본 때문에 인천의 골목상권은 이미 고사 상태에 빠졌다. 무한경쟁이란 명분 아래 벌이는 밥그릇 싸움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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