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푸어사회-실버푸어]70세, 월 57만원도 고맙다지만..

시계아이콘01분 39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빚 갚기도 버거운 황혼취업 '쥐꼬리 연봉'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인천시 남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24시간 맞교대로 일하고 있는 경비원 임필동(71·가명)씨에게 여유 있는 노후란 남의 나라 얘기다. 중동 건설 붐이 일었던 1970년대 임씨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제법 큰 돈도 만져봤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라도 쉬면 당장 생계를 꾸리기가 곤란하다. 임씨가 경비직으로 받는 월급은 90만원 안팎. 이마저도 대부분 아내의 병원비로 들어간다. 15년째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생활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을 하면서도 빈곤한 노후를 보낼 수밖에 없는 소위 '실버푸어(Silver Poor)'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현재 60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취업을 하고 있는 이는 312만 명으로 전체 60세 이상 인구의 40%에 육박한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생계형 취업이다. 자기 삶의 실현을 위해 일을 하는 게 아니고 일이 없으면 당장 생활이 곤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을 한다는 얘기다.

[푸어사회-실버푸어]70세, 월 57만원도 고맙다지만..
AD

삼성생명 보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2010년 기준 29.3%다. 이는 프랑스(1.3%) 영국(3.9%)은 물론 초고령 사회인 일본(19.4%)보다도 높다. '고달픈 노년'을 보내고 있는 노인 숫자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을 통해 삶이 나아지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일하는 노년층 증가에도 불구하고 노년 빈곤층은 급증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은퇴 후 소득이 최소 생활비보다 적어 가난하게 사는 고령가구'를 뜻하는 은퇴빈곤층은 2010년 기준 101만5000가구로 은퇴가구(264만3000가구)의 38%다. 반면 '여유롭게 생활하는' 은퇴부유층은 8만4000가구로 은퇴가구의 3.2%에 불과하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60세 이상 실버 취업자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임금과 연금, 일자리 형태 등에서 열악한 상태"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한애자(75, 가명) 할머니는 매일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폐지를 줍는다. 할머니가 하루 종일 폐지를 주워서 손에 쥐는 돈은 만원 남짓. 할머니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지만 큰 아들은 결혼 후 해외로 나갔고 작은 아들은 '바쁘다'며 연락이 끊긴지 오래다. 호적에 올라 있는 아들들은 오히려 할머니의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다. 정부에서 주는 생활보조금을 받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폐품수집 외에 동네의 한 사회복지단체 도움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할머니 사례와 같이 70세 이상 초고령 취업자들의 사정은 매우 심각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60~69세 취업자들의 임금은 지난해 130만원으로 전년(121만원)보다 소폭이지만 증가했다. 그러나 단순노무직 종사자 비율이 높은 70대 이상의 평균 임금은 지난해 57만원으로 전년(59만원)보다 오히려 2만원이 줄었다.


당연히 이들의 빚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노년층의 소득대비 가계부채의 비중은 164.3%를 기록했다. 이는 50대(122.9%), 40대(113.7%)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푸어사회-실버푸어]70세, 월 57만원도 고맙다지만..

전체 대출자 중 50세 이상 비중은 2003년 말 33.2%에서 지난해 46.4%로 상승했다. 평균 부채 역시 50대 이상이 6895만원으로 30대(4609만원), 40대(6469만원)를 웃돈다.


지난달 인천 남구 숭의동에서 60대 부부가 목을 매고 동반 자살했다. 부부는 통장에 잔고가 3000원밖에 없을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려왔다. 부부가 남긴 유서에는 "그동안 무엇을 위해 이렇게 억척같이 살았는지 모르겠다. 남은 것은 집 보증금은 300만원뿐"이라고 적혀 있었다.


김민정 연구위원은 "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왔지만 정부나 개인차원의 '은퇴 준비' 노력은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라며 "실버 취업자 가운데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