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경훈 기자]815만분의 1, 1년 내내 매달 한 차례 이상 벼락을 맞을 확률.
1부터 45까지 45개의 숫자 가운데 6개만 맞히면 되는 이 확률만 넘어선다면 누구나 '인생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로또.
온 국민의 마음속에 부푼 꿈을 심어주며 화려한 첫발을 내디딘 게 지난 2002년 12월이니까 벌써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당첨금 상한선이 없는 로또의 등장은 고된 세상살이에 지친 서민들에게는 말그대로 '팔자를 바꿀 수 있는' 달콤한 매력이었습니다.
지나친 사행성 논란이 일면서 이월이 제한되고 한 게임 비용이 2000원에서 1000원으로 줄어들면서 판돈(?)이 작아지자 이른바 '로또광풍'은 다소 잦아들었습니다만 보통 사람들에게 로또당첨은 여전한 꿈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500회를 훌쩍 넘기며 숨가쁘게 달려온 로또는 그 횟수만큼이나 많은 화젯거리를 남겼는데요. 뭐니뭐니해도 로또 1등의 전설이 된 한 경찰관의 사연이 가장 눈에 들어옵니다.
407억2295만원. 세금을 뗀 실수령액은 317억6390만원. 지난 2003년 4월12일 제19회 로또복권 추첨에서 나온 이 금액은 아직도 깨지지 않는 1등 당첨금으로 남아있습니다. 한국복권 사상 최고액이기도 한 이 엄청난 대박은 다시금 구매액을 늘리거나 이월 제한을 풀지 않는 이상 다시는 나올 수 없는 꿈과 같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 대박 당첨금의 주인공은 강원도 춘천경찰서 경사였던 박모씨. 마침 바로 이전 회차가 이월되고 19회 추첨에서 혼자서 당첨된 그는 불우이웃돕기에 20억원, 장학금으로 10억원, 자녀들이 다니던 초등학교에 2억원 등 기대에 약간(?) 못미치는 액수를 기부하고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다고 전해집니다.
'인생역전'. 이 말을 풀어보면 인생이 180도 뒤바뀐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여전히 주말이면 명당이라는 로또판매점은 발디딜 틈이 없고, 당첨번호가 인터넷 검색순위 1위를 기록하는 것을 보면 '역전이 되어야만 하는' 잘못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가 아닐까합니다.
요즘 서민들의 삶은 '로또 1등의 꿈 없이 어떻게 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고단하기만 합니다. 대출 받아서 집 산 사람은 이자 갚느라 허덕이고, 또 집 없는 사람은 허리띠를 졸라매봐도 뛰는 전셋값과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 한숨만 늘어갑니다.
조상님이 꿈에 나타나셔서 번호 6개를 찍어줘야만 인생역전에 성공할 수 있다는 꿈을 갖게하는 것이 아닌,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서민들에게 심어주는 게 진정 정부가 해야할 일인텐데요. 서민들의 피땀과도 같은 돈을 곶감 꺼내먹듯 써댄 저축은행 회장들한테 돈뭉치를 받은 혐의로 대통령의 친형까지 구속되는 장면을 바라봐야하는 현실 속에서 그런 철없는 바람이 몇 뼘쯤은 더 멀게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김경훈 기자 sty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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