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대출업자에게 속았더라도 자신이 준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미리 알 수 있었다면 통장을 건넨 사람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1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대출을 받을 목적으로 대출업자에게 자신의 통장과 현금카드를 내 준 혐의(전자금융거래법위반)로 기소된 김모씨(31)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김씨가 신원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통장을 돌려받을 구체적인 장소나 시기, 방법을 정하지 않고 주었다"며 "자신의 통장이 보이스피싱에 사용돼 경찰 조사를 받는 중에 또 통장을 개설해 넘겨 준 점을 감안하면 김씨가 이들에게 통장을 양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원심은 신빙성이 없는 김씨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무죄를 속단했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지난 2008년 4월 생활정보지에 실린 광고를 보고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대출업자를 만나 8개의 예금계좌를 개설한 후 통장과 현금카드를 넘겨줬다.
김씨는 1심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통장과 현금카드를 넘겨줬다는 점 때문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2심은 김씨가 대출업자를 가장한 사람들에게 속아 통장을 빼겼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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