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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리더學]페어플레이 저버린 권력투쟁.. 승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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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리더⑥<끝>-흥선 대원군과 명성황후 


명성황후, 외세의 힘 빌려 집권하려다가 비극적 최후
쇄국 외쳤던 흥선대원군, 일본 낭인패 황후 시해 묵인

[포커스리더學]페어플레이 저버린 권력투쟁.. 승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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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선 대원군과 명성황후가 살았던 19세기는 조선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 같던 시기였다. 대내적으로는 안동김씨의 세도정치가 막 내리며 대원군과 며느리 명성왕후 사이 권력다툼이 시작됐고 대외적으로는 열강이 한반도를 놓고 각축하며 쇄국과 개방의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이 양쪽에 흥선 대원군과 명성왕후 민씨가 있었다.


정권을 잡은 흥성 대원군은 쇄국정책을 펼치며 척화비를 세웠다. 대원군의 섭정과 독단적 정치에 불만을 품은 며느리 민씨는 세력을 규합하기 시작했다. 양오빠 민승호 등 근친을 요직에 앉히고 안동 김씨 문중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유림세력에도 손을 뻗쳐 대원군을 권자에서 끌어내리는 데 성공한다.

대원군을 하야시킨 민씨는 이유원 등 대원군과 갈등 관계에 있었던 인물들로 내각을 구성했다. 이후 운양호 사건이 빌미가 돼 이듬 해 일본과 병자수호조약을 맺고(1876년) 수신사를 파견하는 것으로 대원군의 쇄국 정책은 막을 내린다.


그러나 외국에 대한 문호 개방과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았다. 상소를 올려 대원군을 하야시켰던 유학자 최익현은 병자수호조약 체결 때 이를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 민심이 흉흉해지고 임오군란이 발생하는 등 사태가 번지자 다급해진 고종은 대원군에게 사태 수습을 위임한다. 이로 대원군은 8년 만에 다시 권좌에 복귀하게 된다.


청주로 도망간 민씨는 청나라에게 도움을 청해 군란을 진압했고 청나라는 대원군을 납치해간다. 민씨는 청나라의 힘을 빌려 다시 정권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청나라의 심한 내정간섭을 받아야 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김옥균 등 급진파 개혁 인사들이 일본의 지원을 받아 갑신정변(1884년)을 일으키지만 3일 천하로 끝났다. 청나라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대원군도 4년 만에 돌아왔지만 민씨는 그의 거처인 운현궁에 감시병을 둬 그가 외부와 접촉하지 못하게 했다.


이후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 빌미가 돼 청일 전쟁이 일어나고 일본이 승리함으로써 상황은 반전된다. 일본은 대원군을 다시 섭정으로 삼고 김홍집 내각을 출범시켜 개혁을 단행한다. 이른바 갑오개혁이다. 그러나 일본의 영향력 아래에서 대원군은 전혀 힘을 쓸 수 없었다.


정계에서 밀려난 민씨는 여전히 권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녀는 이번에는 러시아 공사 베베르를 움직여 친러 배일 정책을 추진했고 이에 위협을 느낀 일본은 을미사변(1895년)을 일으킨다. 일본 공사 미우라가 낭인들을 동원해 건천궁에 침입, 민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궁궐 밖으로 운반해 불태워버린 것이다. 이 배후에는 대원군의 묵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을미사변으로 대일감정이 악화되자 친러파 이범진은 베베르와 공모해서 고종을 러시아 공사관으로 옮겨가게 하는 아관파천을 단행하고, 한동안 러시아의 심한 간섭을 받게 된다. 이후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어, 고종은 이듬해 경운궁으로 돌아오고, 대한제국을 선포했다. 그리고 대원군에게 궁중을 안정시키고 정국을 바로잡도록 칙명을 내린다.


대원군의 집권은 오래가지 못했다. 민씨 시해 사건에 대한 일본의 만행이 드러나고 그 배후로 대원군이 지목되면서 그는 권좌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1898년 7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민씨가 시해당하고 난 4년 후다.


흥선 대원군과 명성황후의 관계는 누구도 승자가 되지못한 비극적인 라이벌 관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각각 나름의 정치 철학이 있었고 개혁에 대한 의지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서로의 다른 생각과 방법론에 대해서 소통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당연히 함께 더 큰 무엇을 이룩해 보자는 의지도 없었다. 왕실 가족으로서 국가의 장래라는 대의를 위해 당연히 그래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들 사이에는 어떻게 해서든 상대방을 꺾어 무력화시킴으로써 자신이 모든 것을 얻겠다는 치열한 권력욕이 있었을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흥선 대원군과 명성황후의 관계는 '라이벌(Rival)'이었다기보다 '에너미(Enemy)'였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할 수 있다. 그들은 사사건건 음모와 방해로 서로 발목을 잡아 상대방의 정책을 좌절시켰고 급기야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다. 며느리는 청나라에 부탁해서 시아버지를 납치하게 했고 장군 멍군이라도 하듯 시아버지는 일본 낭인패들이 며느리를 시해하는 것을 묵인했다.


여기에서 간과해 안 되는 것이 청과 일본의 야욕이다. 청은 조선을 보호국화 하려는 야욕을 가지고 있었고 흥선 대원군이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해 그를 납치한 것이다. 또 일본도 조선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장애가 되는 명성황후를 제거했다. 바꿔 말하면 대원군과 명성황후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외세를 끌어들였고 청과 일본은 그러한 두 사람을 이용해 조선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던 것이다.


왕실 가족인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이의 그러한 갈등은 결국 단순히 가족사적인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국가적인 비극으로 이어졌다. 격동의 시기에 두 사람 사이의 발목잡기 식 대결로 제대로 된 개혁을 이룩하지 못한 채 개방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조선 왕조는 한일합병이라는 비운을 맞았다. 물론 거기에는 국왕으로서 중심을 잡아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고종의 책임도 크다.


라이벌 간 대결에는 페어플레이가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 어떤 결과가 나오든 양측 모두 흔쾌히 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다. 또 치열하게 경쟁은 하되,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과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소통과 이해를 통해 함께 더 큰 발전을 이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흥선 대원군과 명성황후의 관계는, 바람직한 라이벌 관계란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의 교훈이라 하겠다.




현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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