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 구조조정 대상 기업 중 17곳 포함.. "시장 살릴 특단의 대책 내놔야" 지적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건설업계에 구조조정 공포가 다시 휘몰아치고 있다.
부동산 장기불황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사업장의 회생 가능성이 낮아지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은행이 저 신용등급 건설업체에 대해 '시장 퇴출' 경고장을 날렸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대상은 시행사 15개사, 시공사 2개사 등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선제적 대응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가뜩이나 얼어붙은 시장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에 우려감을 표시했다. 여당이 준비중인 부동산시장 추가 활성화 대책 등 특단의 대책마련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은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1806개) 가운데 549개 세부평가대상업체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완료하고, 이중 36개사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건설사' 17곳 중 C등급이 5곳, D등급이 12곳으로 조사대상 가운데 퇴출 대상이 가장 많았다.
이날 금융당국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증권가를 중심으로 확인되지 않은 '블랙 리스트'가 떠돌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 등 관련 업계에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A건설 관계자는 "구조조정 대상 리스트에 올랐다는 문의 전화를 받았는데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가뜩이나 힘든 상황인데 근거없는 구설수가 영업환경 악화를 가중시키지 않을 지 우려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도 "회원사들로부터 업체가 어느 곳인지 확인해달라는 문의가 오고 있다"며 "가뜩이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이런 일까지 발생해 자금역이 있는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 건설사는 앞으로 자금조달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업계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이겠지만 심리적으로는 강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건설업계에 따르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17개사 모두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이며, 대상 건설사중 시공사는 2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15곳은 시행사다.
시장전문가들도 금감원의 이번 발표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부동산 매수심리가 얼어붙어 전세만 기웃거리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대거 포함돼 분양시장을 더 냉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그나마 호황이던 오피스텔 시장이나 일부 지방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가 중견건설사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은 어려워지면서 회사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자만 부담했던 사업장은 정리되는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환 서울사이버디지털대학교 교수는 "부동산 시간이 풀리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며 "이번 일로 PF개발사업이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소형 건설사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의 장기침체로 인해 건전한 건설사들마저도 경영위험에 내몰리고 있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취득세 감면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 등의 대책을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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