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들은 다 누렸다. 나는 이 정부 내내 불행했다. 이번이 마지막 액땜이라고 생각한다"
5일 자정무렵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이다. 하지만 마냥 희생양인 것처럼 신세타령을 늘어놓는 것에 의아한 사람이 많다. 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면서 권력 실세로 통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정무부시장을 지낸 것은 물론 새누리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낸 '공신'이 토한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대목이다.
정의원은 현재 피의자 신분이다. 영업정지된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50ㆍ구소기소)으로부터 거액을 건네받고,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77)과 임 회장을 연결해 준 혐의 때문이다. 이 전 의원 역시 지난 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임 회장과 더불어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56ㆍ구속기소)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다.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이 돈을 건네받은 시점으로 지목된 시기는 대선자금 모금이 한창이던 2007년 하반기다. 검찰은 임 회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선거에 쓰시라고 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캠프 기획본부장에 이어 대통령 인수위 시절 당선자 보좌역을 지낸 정 의원과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알려진 6인회 멤버 중 한명이자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 모두 대선캠프에 깊이 개입한 만큼 금품수수 시기와 맞물려 대선자금 의혹이 솔솔 풍기는 모양새다.
여기서 두 사람이 같은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고는 하나 현 정부 들어 두 사람의 행보는 판이하게 달랐다. '상왕'으로까지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이 전 의원과 달리 '권력사유화'를 비판하며 이 전 의원과 대립각을 세운 정 의원은 '개국공신'에서 어느샌가 '당내 소장ㆍ쇄신파'로 불렸다. 이 대통령의 친위조직을 표방하며 세워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행했던 사찰 대상에 오를 정도면 토사구팽이나 다름없다.
정 의원은 배달사고를 주장하며 금품수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진실게임에 빠진 형국이다. 검찰 조사를 마치고 언급한 '그 분들이 누린 것'의 대상과 내용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배경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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