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중 축소 의견도 無...매니저 '숏' 종목 찾으려 발품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한국형 헤지펀드가 첫 선을 보인지 어느덧 6개월이 흘렀다. 그러나 헤지펀드가 출시되면 국내 증권사들의 '매도' 리포트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6개월 동안 'SELL'을 외친 리포트는 단 한건에 불과했다. 애널리스트들에게 매도 리포트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에 대한 자조 섞인 한탄도 나온다.
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나온 리포트 중 '매도' 투자의견은 지난 4월 발간된 토러스투자증권의 삼성카드 관련 리포트 하나뿐이다. 비중 축소 투자의견을 낸 곳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우리투자증권에서 일부 종목에 대해 '숏' 의견을 낸 헤지펀드 투자전략 보고서가 체면을 살렸다.
헤지펀드는 기본적으로 롱ㆍ숏전략(Longㆍshort Strategy)을 사용한다. 저평가된 주식은 사고 고평가된 종목은 매도하는 차익거래 방식이다. 따라서 헤지펀드가 출시되면 공매도 할 종목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게 돼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의견을 내놓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던 것이다.
헤지펀드가 출시되면 매도 리포트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면서 헤지펀드 운용역들은 직접 '숏' 칠 종목을 찾아나서느라 발품을 팔고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숏 리포트가 거의 없다보니까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대부분 아침에 주문 내놓고 직접 기업들을 탐방하면서 매도할 종목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애널리스트들이 과감하게 'SELL'을 외치지 못하는 배경에는 기업들과의 관계, 투자자 항의, 증권사 영업 차질 등 다양한 요소가 얽혀있다. 일부 기업은 애널리스트가 기업에 대해 좋지 않은 평가를 내놓을 경우 탐방 자체를 불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내 주식시장이 아직 '숏' 기법에 익숙하지 않아 '매도' 리포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헤지펀드 전략 리포트를 써온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일반 애널리스트들은 기업과의 관계, 주식 매도 추천을 했을 때 그 종목을 산 투자자들의 항의 때문에 주가 상승에만 집중하는 롱바이어스(Long bias)가 있다"며 "우리는 다행히 CEO가 평소 투자자들에게 다른 시각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에 매도 의견을 펼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포트 내에 균형 있게 매도 종목과 매수 종목을 함께 제시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역시 자주 항의를 받는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의견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서 매도 기법이 잘 활용되지 않고 인식도 좋지 않아 애널리스트들이 리포트에 칭찬 일색인 것"이라며 "매도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 운용사나 개인투자자가 많아져야 자료에 대한 니즈가 많아질 것이고 매도 리포트도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