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14년 전 '박세리 드라마'의 희생양 제니 추아시리폰(34ㆍ미국)이 간호사로 변신했다.
뉴욕타임즈는 5일(한국시간) 추아시리폰이 일찌감치 골프계를 은퇴하고, 지금은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 임상간호사로 일하고 있다는 근황을 소개했다.
바로 오늘 밤부터 US여자오픈이 열리는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 블랙울프런골프장에서 치러진 1998년 대회에서 박세리와의 18홀 연장전도 모자라 2개 홀 서든데스까지 가는 혈투를 치렀던 장본인이다.
아마추어신분으로 오빠가 캐디를 맡는 등 열악한 조건에서도 파란을 일으켰던 추아시리폰은 당시 연장전에서 5번홀까지 4타나 앞서다 역전패를 당해 아쉬움이 더욱 컸다. 18번홀(파4)에서는 특히 박세리가 맨발로 워터해저드에 들어가, 이른바 '맨발투혼'을 펼치면서 결국 서든데스까지 끌려 들어가 패해 눈물을 삼켰다.
추아시리폰은 이 때의 압박감 때문이지 이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자 "부모님이 힘들게 번 돈을 전부 나에게 투자했는데 낭비라고 느꼈다"며 마음고생을 털어놓기도 했던 추아시리폰은 2001년 가까운 친구 루이스 치텡와가 뇌수막염으로 사망하자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고 회상했다.
2005년 메릴랜드대 간호학과에 입학해 2010년 임상 간호학 석사 학위를 받고 요즈음은 환자들을 돌보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까닭이다. "지금은 1년에 2~3차례 골프를 즐기는 정도"라는 추아시리폰은 "그래도 세계 최고의 선수와 겨룰 수 있던 그 때가 내 골프 인생의 하이라이트였다"며 "이제는 환자들의 인생을 바꿔놓는 것이 내 삶의 새로운 목표가 됐다"고 만족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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