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새누리당의 재정ㆍ복지 정책 구상이 '저부담-저혜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현재 이명박 정부의 '작은정부' 기조와 크게 다를 것 없다는 얘기다.
4일 국회 연구모임 '국가재정연구포럼' 창립총회에 토론자로 나선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같이 분석하고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다른 한편으로는 복지를 강조하지만 실제로 세금을 상당한 정도 더 걷어서 재정규모를 확대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박 전 위원장은 현 정부의 감세정책 추진에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제시한 복지 관련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향후 5년 동안 약 89조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그러면서도 조세부담률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증세에 대한 신중한 입장 때문이다.
황 교수는 "새누리당이 조세부담률 수준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총선공약에 따라 추정되는 2017년 조세부담률은 20%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 정부의 중장기 재정기조에 따른 조세부담률 19.7%에 0.3%포인트가 더해진 수치다. 0.3%포인트는 새누리당이 말하는 향후 5년 간의 세수증가폭이다.
민주통합당은 앞으로 5년 동안 약 174조원의 복지재원을 조달하고 조세부담률을 2017년까지 21.6%로 제고한다는 구상이다. 황 교수는 새누리당이 '저부담-저혜택'이라면 민주당은 '중부담-중혜택'이라고 비교했다.
조세부담률을 기준으로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GDP의 26% 정도를 세금으로 물려 높은 수준의 복지를 구현하고 있다.
황 교수는 "20%의 조세부담으로는 20%에 상응하는 수준의 복지를 누리게 되고 26%의 부담으로는 26%에 상응하는 복지를 누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낭비만 줄여도 복지의 개선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없는 '도깨비 방망이'를 가지지 않은 한, 결국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황 교수는 "한편으로는 복지 확대를 얘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 부담 증가에 대해 솔직하지 못한 태도를 보이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 점에 있어서는 새누리당의 문제가 더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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