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케이크가 작아지고 있다. 혼자 사는 '싱글족'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소비 트렌드가 양(量)에서 다양한 맛을 추구하는 식으로 바뀌면서부터 생긴 변화다. 제과ㆍ제빵업계에서는 작지만(mini) 고급스러운(premium value) 제품을 뜻하는 '프리미니(Premini, 프리미엄+미니)'를 내세운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980년대에는 지름 22~24cm의 버터케이크가 유행했다. 4~5인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대형 사이즈의 케이크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1990년 생크림케이크가 출시되면서 지름도 21cm로 작아졌다. 이후 2000년에는 치즈 케이크ㆍ고구마 케이크가 대세를 이루며 사이즈는 19cm로 확 줄었다. 여기에 항상 원 모양의 케이크만 출시됐던 패턴에서 벗어나 사각형 모양의 케이크가 나오면서부터 길이는 15cm로 더 축소됐다.
대표적인 제품이 티라미스, 딸기요거트 케이크. 이때부터 케이크는 생일 때만 먹는 특별한 제빵이 아니라 일반 디저트 메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크는 대부분이 지름 15cm인 미니 사이즈 케이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SPC그룹의 '마이 넘버원' 케이크. 케이크 4종을 한 상자에 담은 마이 넘버원은 고객들이 케이크를 살 때 한 가지만 고르지 못해 조각 케이크를 이것저것 골라 담는 풍경에서 착안해 기획됐다. 매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치즈케이크ㆍ초코케이크ㆍ블루베리요거트케이크ㆍ딸기요거트케이크를 한 조각씩 넣어 구성한 덕분에 기존 케이크에서는 한 번에 한 가지 맛밖에 맛볼 수 없었던 단점을 보완했다.
이 제품 사이즈는 지름 15cm. 지난 5월에 출시한 '속이 궁금한 치즈케이크' 역시 지름 15cm인 미니 사이즈 케이크다. 진하게 구운 치즈 케이크 위에 부드러운 치즈무스를 한번 더 올려서 만든 제품으로 치즈케이크를 좋아하는 20대 여성들이 디저트용으로 간단하게 먹을 수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올해 미니사이즈 케이크 매출 성장률이 전년대비 30% 증가했다"며 "각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생크림케이크도 지름 15cm가량의 미니사이즈 케이크 판매수량이 가장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고 말했다.
미니사이즈 케이크로의 진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 입에 쏙 넣을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지름 4cm, 초미니 케이크도 출시됐다. 파리바게뜨 '환상의 치즈수플레'는 여성 평균 입 크기(45mm)에 맞춘 40mm의 한 입 사이즈로 만들어졌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예전에는 케이크가 생일에 특별하게 즐기는 메뉴로 인식돼 여럿이 나눠 먹을 수 있는 큰 사이즈가 선호됐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케이크로 축하하는 이벤트도 다양해지고 혼자 디저트로 즐기는 소비자들도 많아져 케이크 사이즈는 작아지고 더 고급스러워지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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