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불황에 의류업체 희비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경기에 민감한 패션업체가 최근 비명을 지르는 반면,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업체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곳은 주가가 선방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내수 비중이 적어 경기 악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기업들에 주목할 것을 권하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그리스발 악재에 증시가 휘청거린 지난 5월 이후 대부분의 패션업체들은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먼저 패션업체 대장주인 LG패션은 지난 4월말 종가 3만7600원 대비 지난 29일 2만8600원으로 23.94% 떨어진 후 3만원 회복에 힘겨워하고 있다. 고가 브랜드가 많아 불황에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한섬도 주가가 기를 못 펴 같은 기간 32.68% 떨어졌다. 베이직하우스, 코데즈컴바인은 각각 32.09%, 15.09%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반면 OEM업체들은 지난 5월부터 다른 패션업체와의 차별화 요소가 부각되며 주가가 승승장구 하는 모습이다. '노스페이스'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OEM 업체, 영원무역은 지난 4월말 이후 주가가 2만4600원에서 3만1450원으로 27.85% 뛰었다. 자라 등 글로벌 브랜드에 납품하는 한세실업도 같은 기간 주가가 17.88% 상승했다.
이 같은 주가 차별화는 LG패션이나 한섬 등 기존 패션업체가 내수 비중이 높아 불황을 타는 반면, OEM업체들은 내수 비중이 높지 않아 상대적으로 불황에서 비껴 있기 때문이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라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지만 OEM 수출비중이 95%이상인 만큼 국내 경기 악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방글라데시에서 수요가 몰리고 있고 환율이나 원자재 등 시장 환경도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LG패션 등 기존 패션업체는 경기 악화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수요 감소로 재고가 많아지는 악순환 고리에 놓여 있다. 언제 좋아질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곧 성수기인 3분기를 맞는 OEM 의류업체들과 달리 패션업체는 4분기가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의류재고가 전년동기대비 37.5%나 증가하는 등 의류업체들의 재고 부담이 커지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재고부담이 큰 업체는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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