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DS3’ 시승기
올해 수입차 공세에 또 하나의 수입 브랜드가 등장했다. 1919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자동차 메이커 ‘시트로엥’이다. 1994년 이미 한국 시장에 진출했던 ‘시트로엥’은 부진한 판매 성적의 아픔을 딛고 2012년 다시 한국에 들어와 DS3의 본격 판매에 나섰다. 일단 매력도는 합격이다. 4일 간의 시승기간 동안 호기심 어린 질문을 세번이나 받았기 때문이다. “이 차, 어디꺼예요?”
시승차는 DS3 1.6 VTi로 가솔린 모델(2990만원)이다. DS는 프랑스어 Deesse의 약자로 ‘여신’이라는 뜻이다. DS라인을 유럽에서는 ‘파리의 여신’이라고 부른단다. 프랑스 감성을 담은 개성만점 디자인과 다양한 색상의 조합이 20~30대 젊은 층이 타겟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강점이 있어 보인다.
DS3는 외부 디자인에서 루프·바디·사이드 미러 하우징·휠을, 내부 디자인에서는 대쉬보드 스트립의 컬러를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나만의 감성이 깃든 새로운 차량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실 다양한 색상을 자칫 잘못 선택하면 부조화를 이룰 수도 있겠다는 염려도 들었다.
과감하고 볼륨감 있는 디자인은 전장 3.95m, 전폭 1.72m, 전고 1.48m의 콤팩트한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왜소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덩치가 있는 사람이 1열 좌석에서 여유 있게 앉으려면, 2열 좌석은 승차 공간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1열 조수석의 경우 대시보드 아래를 깊숙이 파내고, 높게 설정돼 무릎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점이 돋보인다.
슬림백 시트와 에스테이트 스타일의 디자인은 2열 좌석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소형 해치백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널찍한 공간으로 실용성까지 보장해준다. 엔진은 최고 출력 120마력(6000rpm), 최대토크 16.3kg*m(4250rpm)의 힘을 낸다. 연비는 리터당 13.8km, CO2 배출량 145g/km의 낮은 수준으로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갖췄다.
DS3의 제로백(0→100km/h)은 8.9초로 빠른 편은 아니지만,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차량이 부드럽게 움직여 100km/h까지는 무난하게 주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120km/h 이상을 넘어가면 엔진 소음이 커지고 주행 안정감은 떨어졌다. 저속에서는 핸들링이 민첩하고 큰 진동 또한 없어 도시형 소형차로서는 괜찮았다.
각도는 물론 거리까지 조절할 수 있는 스티어링 휠은 경기도 하남시에서 양평으로 향하는 좁고 구불구불한 길에서도 부드러우면서도 파워 있는 운전 감각을 경험하게 했다. 귀엽고 앙증맞은 겉모습 속에 ‘반전 매력’의 힘도 엿볼 수 있었다. 그 어느 차량에서도 볼 수 없었던 향수 캡슐은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계기판 오른쪽에 위치한 동그란 향수 캡슐에 향수 원액을 넣어 사용할 수 있으며, 리필도 가능하다.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차향(茶香)이 아니라 차향(車香)이라니….
선루프와 가죽시트는 고사하고 그 흔한 내비게이션 조차 없다는 점은 ‘2000만 원대 수입차’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 기능적인 부분을 최소화한 느낌이라 더욱 아쉽다. 또한 컵홀더, 좌석벨트가 운전자 좌석을 기준으로 약간 뒤편에 있어 손을 뒤로 뻗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코노믹 리뷰 이효정 기자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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