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인
외식 프랜차이즈 종로상회 대표
삼겹살은 주점 화로에 둘러 앉아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면서 가장 흔히 구워먹는 서민 음식이다. 노릇노릇 구워진 삼겹살 한 조각을 상추쌈으로 한 입 가득 물면 입 안에 배어 나오는 육즙과 고기의 부드러운 감칠맛에 하루의 피로가 싹 달아나곤 한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으니 가히 ‘국민고기’라 칭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삼겹살 때문에 대한민국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국민들이 지나치게 삼겹살을 편애하는 까닭이다. 최근 정부에서 여름철 삼겹살 수요를 맞추기 위해 5만 톤이나 되는 수입 삼겹살을 무관세로 들여오겠다고 발표하자 양돈농가들이 펄쩍 뛰고 있다. 값싼 수입 삼겹살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 국산 삼겹살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수입 삼겹살은 국산 삼겹살 가격의 2분의 1에 불과하다. 수입산이 싼 것은 그렇다고 해도 국산 삼겹살이 왜 이렇게 비싼가를 따져봐야 한다.
국산 삼겹살이 비싼 것은 삼겹살 그 자체보다도 돼지고기 시장의 소비 불균형 때문이다. 돼지고기의 소비 불균형은 삼겹살 부위가 다른 돼지고기 부위에 비해 압도적으로 잘 팔려나가면서 야기된다. 그러다 보니 수요가 많은 삼겹살은 없어서 못 파는데 비해 수요가 적은 다른 부위는 폐기처분해야 할 지경이다. 따라서 다른 부위의 돼지고기에서 밑지는 부분을 삼겹살에서 이익을 충분히 남겨 만회해야 하기 때문에 국산 삼겹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삼겹살은 전체 돼지부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야 15% 내외다. 삼겹살을 얻기 위해 마냥 돼지를 잡을 수만도 없는 일이다.
게다가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자 맛이 조금 덜 하더라도 값싼 수입 삼겹살을 먹으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삼겹살 수입조치를 대놓고 비난할 수만도 없는 입장이다. 사실 삼겹살은 처음부터 맛있는 부위는 아니었다. 삼겹살을 가장 맛있는 살코기 부위로 둔갑시킨 것은 장사수완이 좋기로 유명한 개성상인들이었다고 한다. 살코기와 비계가 교차하도록 육질을 개량한 뒤 이를 비싸게 팔았던 것이다.
하지만 삼겹살은 다른 돼지고기 부위보다 맛은 뛰어나지만 지방 함량도 훨씬 높아서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비만의 원인이 된다. 채식주의자들이 삼겹살을 비만의 원흉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적당히 섭취하면 건강에 그리 해될 건 없다.
국산 돼지 생고기만을 취급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종로상회 대표로서 그동안 삼겹살을 메뉴에 따로 포함시키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메뉴를 개편하면서 삼겹살 메뉴를 내놓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객들이 주로 삼겹살을 찾는다는 가맹점들의 호소를 더 이상 못 들은 척 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삼겹살 가격을 높게 책정하진 않았다. 수입산 보다 맛과 신선도, 품질과 안전성 면에서 훨씬 탁월한 국산 돼지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많이 즐겼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정부와 양돈 관련 단체에서 삼겹살을 제외한 돼지고기 부위의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는 모양이다. 국민들을 상대로 다양한 요리 개발과 각종 돼지고기 판촉 이벤트를 벌이고 있지만 한 번 삼겹살 사랑에 빠진 국민들의 의식을 돌려놓는 데는 역부족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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