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침대명가' 대진의 몰락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1990년대 국내 침대 시장을 호령했던 대진침대(대표 신승호)의 몰락이 눈물겹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달 말까지 국내 백화점 매장에서 전면 철수키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2일부로 롯데백화점 18개 매장은 모두 철수했고, 현대백화점 7개 매장에선 현재 진행 중이다. AK프라자 등에서도 이미 철수가 완료된 상황이다. 다만 신세계백화점 경기ㆍ의정부점의 경우 입점이 5년도 채 안됐다는 점을 고려해 철수를 유보키로 했다. 신승호 대표는 백화점 측에 "자진 철수하겠다"는 철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 매장은 침대 업체들에겐 주요 매출처로 꼽힌다. 특히 시중 백화점에 매장을 보유하는 건 업계 메이저 업체라는 상징성도 지닌다. 그런데도 대진침대가 철수를 결정한 건 에이스침대, 시몬스침대 등 타 업체와의 경쟁에서 자신을 잃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수익성이 떨어져 철수한다고 들었다. 한 마디로 매출이 안 나온다는 얘기"라고 귀띔했다.
지난 1959년 대진스프링사로 설립된 대진침대는 국내 최초의 침대전문업체로 꼽힌다. 이후 1980~1990년대 에이스침대와 더불어 국내 침대시장을 양분하며 침대명가로 불렸다. 세계 침대 2위인 썰타와 손잡고 '대진썰타'라는 브랜드로 시장을 공략했다. 1990년대 초반 코끼리를 등장시켜 침대 매트리스 위를 지나가게 한 TV 광고는 소비자와 업계에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에이스씰리와 대진썰타가 1, 2위 다툼을 하던 시기"라며 "당시만 해도 대진의 기세가 대단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중반 정점을 찍었던 대진의 매출액은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시몬스침대에 2위 자리를 내준데 이어 지난 2002년엔 썰타 브랜드마저 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이 인수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69억원으로 12년 전인 1999년(205억원)보다도 적다.
현 신 대표는 회사 창업주인 신성주 전 대표의 아들이다. 대진의 2세 실패는 한때 경쟁사였던 에이스침대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는 안유수 창업주의 뒤를 이어 지난 2002년 대표로 취임했다. 이후 매일 충북 음성공장으로 출퇴근하는 등 노력을 쏟았고, 2002년 1003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1891억원까지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매장을 철수한다는 건 업계 메이저에서 빠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대진의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