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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이제 잠에서 깨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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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이제 잠에서 깨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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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8회 목 KBS2 밤 9시 55분
1년 동안 12년의 간격을 ‘스킵’해 낸 경준(공유)에게 다란(이민정)은 “머리만 채운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채워야 어른이 되는 것일까. 경준과 다란은 시간이 흘러도 돌아오지 않는 윤재의 마음과 경준의 몸을 내버려두고, 일단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하면서 사는 길을 택했다. <빅>은 이 선택을 계속 도망 다니던 다란이 드디어 현실을 직면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는 것이 없고 어떤 사건도 벌어지지 않자 원래의 상태로 돌아간 것뿐이다. 언젠가 영혼이 다시 바뀔 것을 기다리며 결혼을 진행시키려고 했던 “처음이랑 똑같다고 생각”하라던 경준의 말이 그대로 둘의 현실이 된 것이다. 이렇게 <빅>은 반환점을 돌아야 하는 시점에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갔다.


이는 경준과 윤재의 영혼이 바뀐 뒤 경준의 몸과 윤재의 영혼은 잠들어 있게 한 데서부터 시작된 근본적인 문제다. <빅>은 윤재의 몸을 가진 경준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상황을 처음부터 차단했다. 경준은 윤재의 몸을 가졌어도 자신을 경준이라고 믿고, 마리(수지) 역시 윤재의 몸에 경준의 영혼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안 뒤로 윤재를 경준으로 대한다. 무엇보다 다란이 한 치의 의심 없이 경준에게서 느끼는 여러 감정을 윤재의 몸 때문으로 여기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분리된 몸과 영혼에 대한 고민이 없기 때문에 영혼이 바뀐 사건은 ‘어른이 된 아이’의 문제로 축소된다. 그래서 윤재의 몸을 가진 경준이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다란과의 관계는 “나는 선생이고 너는 학생”인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머리만 채운다고 어른이 되는 게 아니듯 시간만 채운다고 드라마가 성장하는 건 아니다. 이제야 경준의 몸은 깨어날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경준과 윤재 사이의 비밀이 막 드러나기 시작한 지금, 선택의 문제 앞에서 그만 도망치고 직면해야 하는 건 경준이나 다란이 아니라 이 드라마, <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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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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