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관세가 사라졌음에도 국내 판매가격을 내리지 않은 필립스전자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을 맞았다.
공정위는 대리점을 상대로 인터넷 오픈마켓(옥션, G마켓, 11번가 등)에서 거래되는 소형가전 제품의 최저 판매가격을 미리 정해주고 이가격 아래로 팔지 못하도록 강제한 필립스전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5억1300만원을 부과했다고 24일 밝혔다.
필립스전자는 온라인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치열한 가격경쟁이 오프라인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자 온라인 시장의 가격경쟁을 제한하기 위해 지난 2010년 8월 온라인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49차례나 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5월4일 온라인 TF 21차 회의에서는 '필립스가 판매하는 소형가전 전 제품은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권장소비자가격 대비 50% 이상 가격으로 판매해야 한다'는 가격정책을 만들었다.
필립스전자는 회의 직후 각 대리점에 이 가격정책을 위반하면 출고정지, 공급가격인상 등 불이익을 부과할 수 있다고 통지하고 실제로 불이익을 내렸다.
저가로 판매되는 제품의 유통경로를 파악하려고 제품 포장박스에 대리점별로 구별할 수 있는 '마킹'을 표시하고 대리점을 통해 제품을 산 뒤 표시를 확인하는 철저함까지 보였다.
가격정책을 위반한 대리점에는 저가 제품 전량 구매, 인터넷 오픈마켓 판매업체로부터 반품 회수, 판매가격 인상 등을 강제하기도 했다.
필립스는 같은 해 3월에는 온라인 TF 16차 회의에서 전기면도기인 센소터치, 소닉케어(음파전동칫솔), 세코(에스프레소형 커피메이커), 도킹스피커(이동통신기기 스피커) 등 4개 제품의 인터넷 오픈마켓 판매금지를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판가유지 행위와 온라인판매 금지행위는 대리점간, 유통업체간 서로 가격할인을 하지 않기로 담합한 것과 동일한 효과"라며 "앞으로도 유통과정, 특히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불공정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법행위 적발 시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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