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의 潛龍들 | 슈프리마
누명을 쓴 주인공이 길거리를 지나간다. 그러자 거미처럼 생긴 로봇이 그의 홍채를 알아보고 움직인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이다. 2002년 개봉된 이 영화 속 시대적 배경은 2050년도. 거기에는 풍부한 상상력의 산물인 ‘스파이더(홍채인식로봇)’가 있다. 반세기가 지나야 출현할 거라 예측됐던 이 로봇은 이제 더 이상 상상 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상상력’보다 한참 앞선 ‘기술력’을 자랑하는 슈프리마가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불편해서 어떻게 살았나 싶다. 집주인인 내가 집에 들어가겠다는데 비밀번호를 눌러야 했다. 비밀번호는 양반이다. 그 전에는 열쇠 꾸러미를 일일이 챙겨야 했다. 기술의 발달 앞에서는 이처럼 ‘당연했던’ 절차가 ‘수고스러움’으로 바뀐다. 손만 갖다 대면 집이 나를 알아보고 문을 열어준다. 최근에는 지문을 갖다 대는 것조차 필요없어 보인다. 현관 언저리에 가면 자그마한 기계가 얼굴을 알아보고 통과시킨다. 이 모두가 ‘바이오(생체) 인식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바이오인식기술이란 사람의 생체적, 행동적인 특징을 이용해 개인을 인증하는 자동화된 시스템을 말한다. SF영화에나 나올 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미 생활 곳곳에 이 같은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이재원 슈프리마 대표(사진)는 “바이오인식은 ‘요소기술’이기 때문에 특정산업에 편중돼 있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접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슈프리마가 형성하고 있는 사업영역을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슈프리마는 바이오인식시스템, ID솔루션, 바이오인식 솔루션 등 크게 세 가지 사업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우선 ‘바이오인식 시스템’은 출입통제와 근태관리에서부터 현금인출기, 모바일 등에 쓰인다. 예를 들어 사무실에 들어갈 때 지문 확인을 하는 기기가 여기에 속한다. 또, ‘ID솔루션’에는 전자여권 판독기를 기반으로 한 출입국 관리시스템, 경찰청의 범죄자 신원확인, 전자투표, 전자주민증 등이 있다. ‘바이오인식 솔루션’은 이 같은 제품들의 핵심부품이라고 보면 된다. 슈프리마는 이처럼 바이오인식의 A부터 Z까지를 모두 담당하고 있다.
슈프리마는 특히 ‘지문인식’에 특화됐다. 회사가 보유한 지문인식 핵심 알고리즘은 ‘세계 지문인식경연대회’에서 2회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지난 2010년에도 1위 자리를 탈환하는 등 그 입지를 공고히 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국립기술표준원(NIST)의 지문인식 알고리즘 호환성 테스트를 1위로 통과했으며, 미국연방수사국(FBI)의 최상등급 국제인증을 획득함으로써 신뢰성 있는 솔루션으로 인정받았다. 이 대표는 “브랜드력으로 보나 기술력으로 보나 슈프리마의 지문인식 솔루션은 글로벌 넘버원이라 해도 무방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수출주도형 기업, 전 세계 110개국에 950개 거래처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은 비단 세계대회 입상으로만 거머쥘 수 있는 게 아니다. ‘해외시장개척’과 같은 좀 더 실질적인 기반이 형성됐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2003년 수출을 시작한 이래 전체 매출의 70%이상을 수출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2004년 100만불 수출 실적을 올린 데 이어 작년에는 2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죠. 올해는 3000만불을 향해 뛰고 있습니다.”
슈프리마는 현재까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전 세계 110개국 950개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륙별 어느 한 곳에 매출이 편중되지 않고 지역별 균형적인 수출을 촉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특히 기대가 큰 지역으로 그는 ‘북미시장’을 꼽았다.
“대륙별 매출 분포로 봤을 때 아프리카, 중동, 남미는 약 15%대지만 북미는 5%에 불과합니다. 전체적으로 균형적인 수출을 꾀하고 있는데 반해 5%는 비중이 다소 낮은 편이죠. 이는 그동안 북미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았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본격적인 판로 개척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슈프리마는 지난 2월 미국 최대 보안유통회사인 ADI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출입통제시스템 부문 등의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이 대표는 속내를 털어놨다. 기술력 확보와 폭넓은 세계 시장 선점. 두 가지 조건은 이미 충족된 셈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을 하나 더 꼽자면 시장의 성장성이다. 시장의 성장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무기를 휘둘러봐야 허사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바이오인식 시장은 연평균 21.3%성장세를 띠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모바일, 스마트기기 등에 다양한 바이오인식 기술이 접목됨으로써 신규 시장 또한 태동하고 있는 상황이죠. 그 밖에도 공공시장의 확대, 신흥국의 성장 약진 등으로 시장의 전망은 밝은 편입니다.”
얼굴인식 ‘페이스 스테이션’ 출시 제2의 도약선언
지문인식 분야에서 이미 입지를 공고히 한 슈프리마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았다. 6월부터는 ‘신무기’를 들고나와 새 입지 굳히기에 들어갔다.
“‘바이오인식 전 분야의 글로벌 톱’이 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지문인식 분야에만 집중하던 사업을 얼굴인식 분야로 확대해 나가고 있죠. 그 일환으로 최첨단 얼굴인식 기술을 탑재한 페이스 스테이션(Face Station)을 출시해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페이스 스테이션은 그간 지문인식이 가졌던 단점들을 완벽히 보완한 제품이다. 지문인식의 경우, 날씨가 춥거나 건조하면 인식상 오류가 발생했었다. 날씨가 추운 북유럽 국가인 경우에는 특히 그랬다. 이러한 불편함을 보완한 페이스 스테이션은 제품 출시 직후부터 반응이 뜨거웠다는 게 이 대표의 전언이다.
페이스 스테이션은 지문인식의 단점을 보완한 데서 그친 게 아니다. 기존에 출시된 얼굴인식 단말기의 약점 또한 완전히 극복했다. 기존 얼굴인식 기기의 경우 포즈, 표정 등 영상의 변화에 취약할 뿐 아니라 조명 변화에 따라 얼굴 인식의 성능이 저하되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이 대표는 “페이스 스테이션은 어둠 속에서 쌍둥이도 구별할 정도”라면서 “세계 최초로 어댑티브 IR 조명 기술과 위조 얼굴인증 방지 기술을 적용해 암흑 속에서도 뛰어난 얼굴 인식 성능을 자랑하며 사진, 동영상 등의 위조된 얼굴 이미지 또한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슈프리마는 올해 매출 목표를 550억~600억으로 잡았다. 올해 1분기까지는 144억원을 기록한 상태다. 이 대표는 회사의 전 제품이 골고루 성장세를 띠고 있지만 올해 특히 기대되는 제품으로 페이스 스테이션을 꼽았다. 그는 6월 중순부터 출하되고 있는 페이스 스테이션이 1~2분기 실적 확대에 효자노릇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향후에는 홍채, 서명인식 등 타 바이오인식 분야로의 진출 또한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예정이다.
“바이오인식 기술은 꿈의 기술입니다. 그야말로 꿈을 현실로 이뤄가는 분야인 셈이죠. 물론 한 때 버블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꺼지고 말았죠. 거기에는 슈프리마의 노력만이 깃든 게 아닙니다. 해당 산업과 연계된 산업이 전반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임베디드(embedded)시스템으로, 독립적으로 갈 수는 없습니다. IT 인프라의 발전 속도 그리고 시장상황의 성숙도와 우리의 기술력이 부합되는 시점에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세대가 바뀌어도 남을 사람중심 기업 지향
이 대표는 학창시절, 어디 내놔도 당당할 만한 성적표를 가지고 오던 학생이었다. 흔히 상위권 학생이라면 법대나 의대를 지원할 법한데 그가 택한 것은 공학 쪽이었다. 대학 입학 때부터 과학기술에 대한 꿈을 안고 있었던 그는 지도교수의 가르침에 확실한 방향성을 정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석박사 과정 중 평소 따르던 교수님께서 공학 분야에서 업적을 남기려면 연구를 거듭하여 훌륭한 학자가 되거나 창업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저 또한 공학도로서 사회에 이바지할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창업을 염두에 두고는 있었죠.”
박사 과정 후 바로 창업을 한 건 아니다. 병역특례로 삼성그룹에서 ‘지능형 차량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맡기도 했었다. 그러던 중 그룹의 사정으로 그가 맡았던 사업이 한순간 정리됐고, 이 대표는 이를 창업의 계기로 삼았다. 그런데 막상 창업을 하려고 보니 아이템이 문제였다. 이렇다 할 아이템을 찾던 그는 끝내 지문인식 시스템을 집어들었다.
“아이템을 찾던 시기 국책과제를 수주해 지문인식시스템을 연구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시장의 잠재성을 인지하게 됐죠.” 물론 처음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벤처 버블 당시 지문인식 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큰 성과도 없이 사라지는 등 시장의 신뢰성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기존 기술의 완성도가 높지 않았던 터라 초반에는 외면을 많이 받았죠. 악전고투 끝에 신제품을 내놨는데 전혀 팔리지가 않았습니다. 이미 국내에서는 관련 기술이 신뢰성을 잃은 상태였으니까요.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러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거죠.” 해외주도형 기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도 쉽지 않은데 해외시장부터 발을 디뎠으니 우여곡절 또한 많았다. 그는 슈프리마 12년 경영사 가운데 최대 위기에 관해 입을 열었다.
“2002년 때였죠. 국내에서 팔리지 않는 제품을 무작정 해외 전시회에 들고 나갔습니다.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한다는 기분으로 간 거죠.”
당시 전시회 참가 전까지가 그에게 가장 큰 위기였다면 전시회 참가 직후는 그에게 가장 큰 성과로 남아 있다. 그렇게 들고 나간 제품에 해외 바이어들의 반응이 예상외로 좋았고 계속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기업. 이 대표는 이를 회사의 목표로 삼고 있다.
“후대에 남는 자랑스러운 기업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강소기업, 장수기업이라고 많이들 얘기하지 않습니까. 세대가 바뀌어도 지속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중요한 건 ‘사람’이라고 이 대표는 말한다. 직원들이 행복한 게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그러기 위해서 경영자로서의 행동지침도 잊지 않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우선은 회사를 안정되고 연속성 있게 해야겠죠. 아무리 직원들이 혼연일체로 일한다고 해도 선장이 길을 잘 못 들어서면 안 되거든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적재적소에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혜안과 안목이 필요합니다.”
이 대표의 마지막 말은 그 자체로 설득력 있었다. 시작부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선택과 집중’으로 꾸준히 한 우물을 판 그가 한 말이기에 더욱 그랬다.
강문성 SK증권 기업분석부 연구위원
“경기 안타는 업종 안정적 성장 기대”
슈프리마는 지문인식 시스템, 지문인식 솔루션과 라이브스캐너 등을 생산하는 바이오인식 전문 업체이다. 2011년 기준 매출비중은 각각 63%, 7%, 25%이다. 창업 초기에는 지문인식 솔루션을 주로 생산했지만 이후 에스원 등에 지문인식 시스템(지문인식 솔루션이 탑재된 단말기 등)과 국내외 공공기관에 라이브스캐너 등을 납품하면서 성장해왔다. 2000년 설립 이후 2005년 지문인식 알고리즘 경연대회 세계 1위를 수상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처음으로 매출 100억원을 넘어섰고, 기술력과 실적 성장세를 인정받아 2008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을 하며 매출의 70% 이상을 수출하는 등 바이오인식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1년 특허 소송 비용 등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매출액은 꾸준히 성장하면서 경기와 무관하게 안정적이고 높은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 공정공시를 통해 밝힌 2012년 매출액은 550억원, 영업이익은 165억원으로 고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2012년 예상 실적 기준 PER은 12배 전후 수준으로 시장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지만 과거 PER 밴드를 감안할 경우, 현 수준은 오히려 저평가 상태라는 판단이다.
최근 경기 둔화 우려가 팽배해 기업들의 실적도 둔화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지만 보안시장 특성상 경기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슈프리마에 대한 가치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 회사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2만1000원을 유지한다.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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