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기리기 위해 제작한 달걀 조형물, 크기·무게에 삼성 창립·신경영 코드 담아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 25주년, 신경영 선언 19주년을 맞아 삼성전자가 신경영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법인 후원에 세운 '신경영 달걀'에 숨긴 이건희 회장의 다빈치코드가 회자되고 있다.
이 조형물은 이 회장이 조형물 설치를 지시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07년 TV 시장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한데 이어 휴대폰 사업에서 숙적 모토로라를 꺽고 세계 2위를 차지하자 질적성장전환의 모태가 된 신경영 선언을 기리기 위해 조형물 설치를 주문했다.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하도록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자'고 목소리를 높였던 이 회장의 '신경영'이 마침내 삼성전자를 세계 1류 회사로 만든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이 회장의 주문 이후 삼성그룹 내부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고 삼성그룹에 새 생명을 불어 넣었다는 의미에서 달걀 모양의 조형물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각 달걀에는 삼성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 '신경영'을 상징하는 코드를 숨겨 놓았다.
이렇게 3개의 달걀 모양 조형물이 만들어져 독일 법인 후정에 세워졌다.
가장 큰 달걀에는 '1938 삼성 본사 창립 70주년(1938 70 Years of Samsung Korea)'이라는 문구가 붙었다. 중간 크기 달걀에는 '1972 삼성 유럽지사 설립 36주년(1972 36 Years of Samsung Europe)'이라는 설명문이 새겨졌다. 가장 작은 달걀에는 '1993 프랑크푸르트 선언 15주년(1993 15 Years of Frankfurt Declaration)'이라고 적혀 있다.
삼성 창립 70주년을 기념하는 큰 달걀은 크기에 비밀을 담았다. 이 달걀의 지름은 1938mm로 삼성그룹의 창업년도를 의미한다. 가장 작은 달걀은 무게에 비밀을 담았다. 1993돈(3.75g)의 무게를 지니고 있어 신경영이 선포된 1993년을 의미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 취임 25주년, 신경영 선언 19주년을 맞아 사내 기념 영화를 만들며 알려졌다. 삼성그룹 임직원 중에서도 영화를 보기 이전부터 달걀 조형물의 존재 사실을 알던 직원들은 드물었다.
이 회장이 2008년 당시 독일 법인 후정에 조형물을 세운 뒤 후일 다시 한번 신경영의 의미를 되새겨야 될 때가 있을 것이라며 조용히 묻어두었기 때문이다. 5년이 지난 현재 이 회장과 삼성그룹은 '신경영 달걀'을 삼성그룹 임직원들에게 꺼내 놓으며 '제2의 신경영'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19년간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을 쫓아가며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제는 과거 경쟁자들이 재기를 불태우며 삼성전자의 뒤를 쫓고, 아직 삼성전자가 넘어서야 할 상대들은 본격적인 견제에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의 광폭 경영 행보도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1993년 당시 신경영 정신을 되살리며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역설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은 위기에서 기회를 찾으며 성장해왔다"면서 "제2의 신경영에 준하는 변화를 요구하는 이건희 회장과 다시한번 신경영 정신을 되살리자는 임직원들의 사기가 어느때보다 충만하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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