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어가 되리 시즌 2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1. 댁의 개는 목청이 참 크네요.
2. 난 지금 몹시 화가 나 있어.
제한된 공간을 나누어 점유하며 살아가는 현대 도시민들에게 소음공해는 이웃 간의 불화를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다. 특히 층간소음처럼 거주자가 스스로를 통제하고 주의하는 것으로 일정 부분 해결될 수 있는 문제와 달리, 인간과 완벽한 의사소통이 불가한 개의 짖는 소리는 예측이 어렵고 산발적이라는 면에서 더욱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특히 한 아파트 단지에서 개 한 마리가 짖기 시작하자 “야!!!!!!!!!!!!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라고 포효하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담긴 동영상은 반복되는 소음이 인간의 정신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남성은 “야”와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의 사이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말을 멈추지만 곧이어 “야 이 개XX야!”라며 다시 분노를 토로하는데, 개가 이에 굴하지 않고 짖어대는 순간 또다시 “야!!!!!!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라고 절규한다. 2011년 7월 SBS 파워 FM <두시탈출 컬투쇼>에 소개된 동네 주민의 제보에 의하면 이 남성은 개와 약 40분가량 목청 배틀을 벌이기도 했다니 가히 그 분노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남성이 소리의 주체인 개를 향해 “짖지 말라”고 명령하는 대신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하라는 어휘를 선택함으로써 ‘개’보다 ‘소음’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개 주인 또한 ‘개 짖는 소리’를 ‘안 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무수한 소음에 노출된 현대인들이 통제할 수 없는 특정 대상과 직접 맞서는 대신 불특정의 누군가를 향해 소음을 차단해줄 것을 촉구한다는 면에서 일말의 위엄을 획득한다. 비록 세상의 모든 소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에게 명령어를 사용하며 분노를 표출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는 다소 해소되는 법이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면 성스러운 음악과 개 짖는 소리에 영혼을 맡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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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례 [用例]
* 김문수 “결혼을 안 하는 것은 위선 같다”
야!!!!!!!!!! 개소리 좀 안 나게 해라!!!!!!
* 김비서 “에이치 유진 츠엉말 잘 생겼고 그리고 랩도 잘하고 그게 바로 인생의 진리지”
야!!!!!!!!! 랩 하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 유인나 “(지)현우 씨, 혹시 이 방송 듣고 계시다면 담배 끊으세요”
야!!!!!!!!! 깨 볶는 소리 좀 안 나게...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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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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