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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중에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8초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아, 저詩]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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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중에서


■ 어제 '나는가수다'에서 한영애가, 전설의 고향의 한 장면같은 음산한 패션으로 등장해 이소라의 노래 '바람이 분다'를 불렀다. 한영애의 비창은 삶 전부의 허무를 들이대며 흩어지는 정신의 산발같은 것이었다. 절창의 대목인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는 그 표현 속에 들어있는 치명적인 인식이야 말로 한영애가 드러내고자 했던 무엇일지 모른다. 이별은 당신으로부터 내가 소외되는 그런 문제만이 아니라, 지난 날의 사랑 자체에서 소외되는 것, 그때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에서 소외되는 것이다. 두 사람이 같이 만났지만, 같은 사랑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서로 다른 사랑을 하고 있었고, 서로 다른 이별을 했다는 깨달음. 바람은 거기서 불어, 이별처럼 잘린 머리칼을 흔들어, 눈물이 흐르게 한다. 한영애는 노래가 울음인 것을 아는 가수다. 모든 울음은 죽음의 호곡인 것을 아는 사람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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