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김혜민 기자] "거래활성화요? 오히려 부동산대책 발표 직전이 좋았어요. 그때는 기대심리라도 있었지. 지금은 그 때에 비해 거래량도 집값도 큰 폭으로 떨어졌어요."(개포우성 2차 인근 L중개업소 실장)
15일로 강남3구 투기지역이 해제된 지 꼭 한 달. 강남3구 주택시장은 땡볕이 쏟아지는 뜨거운 날씨와는 정반대 분위기다. 중개업소들은 5·10대책으로 속속 후속조치가 시행에 들어가고 있지만 거래활성화는 찾아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오히려 차갑게 식은 투자심리가 전반에 퍼져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투기지역과 주택거래신고지역이 동시에 해제된 지난달 15일만 해도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자 9년만에 투기지역에서 벗어났으니 추이를 지켜보자던 이들마저 기대를 접은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책 발표 전보다 거래량이 줄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 3구 거래량은 4월 635건에서 5월엔 577건으로 줄었다. 강남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거래량은 3월 23건에서 4월엔 18건으로, 5월엔 다시 8건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6월 들어선 13일까지 매매건수가 단 한 건도 없다.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기대감이 높았던 대치동 청실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곳의 4월, 5월 거래량은 각각 5건, 2건. 5월에 거래된 2건도 5·10 대책 발표 전에 계약된 것이다.
인근 H중개업소 대표는 "대책 발표 전까지만 해도 기대심리가 있어 거래량이 20%가량 늘었지만 발표 이후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며 "거래량이 떨어졌다는 것은 정부대책이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반포래미안퍼스티지의 주택담보대출을 주로 하는 은행 지점 관계자는 “대책 발표후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상담하러 오는 고객이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투기지역 해제로 담보대출 여력이 늘었지만 매매거래에 나서는 수요자들은 별로 없다는 의미다.
거래량이 줄면서 매매가도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5·10 대책 이후 한달간 강남3구의 아파트 시세는 강남구 0.4%, 서초구 0.12%, 송파구 0.23 각각 떨어졌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2010년 7월에 비해 102.47㎡(이하 공급면적 기준)는 1억3000만원 가량, 112㎡는 2억원까지 값이 내렸다. 반포 자이와 잠실 주공의 경우도 수천만원에서 급매물의 경우 많게는 2억원까지 값이 떨어졌다.
대치동 미도아파트 112㎡짜리의 경우 4월 10억5000만원에 거래된 물건이 이달 들어선 8억8000만원에 나오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 구매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거래가와 호가의 차이도 크다. 대치동 우성아파트 148㎡의 호가는 17억~18억원 수준이지만 실제는 14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개포우성 2차 상가건물에서 영업 중인 L중개업소 실장은 "5월까지 9억원이 아니면 팔지 않겠다고 말하던 집주인이 결국 7억5000만원으로 값을 낮춘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매매값이 떨어지면서 전셋값은 오르고 있다. 우성아파트 100㎡는 4억5000만원 선의 전세 매물이 다 나가고 지금은 5억원 이상을 줘야 전세를 구할 수 있다. L중개업소 실장은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없어 매수 여력이 있는 사람도 전세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부동산은 거래가 돼야 활기를 찾는데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없어 대출규제가 완화돼도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았다"며 "대책은 있는 게 좋지만 강남구는 가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집 값 상승 기대심리도 없는 상황 에서 대출을 받아 큰돈을 투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 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시장을 정책으로만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현재의 국내외 경기흐름이 회복세를 보인다는 시그널이 있어야 부동산시장도 구매심리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상돈 기자 don@
김혜민 기자 hme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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