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보다 서울시 정책향배에 무게.. 일반분양 앞둔 단지는 '기대감'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혹시 다른 언론사하고도 친한가? 알면 오지 말라고 전해달라. 강남권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정부(국토부)가 아니라 서울시다. 차라리 서울시에서 뭔가 발표했을 때 오면 좋겠다.”(개포주공1단지 인근 B공인 대표)
9년만에 투기지역에서 벗어난 강남구 주택시장의 표정이 밝지 않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의 ‘투기지역 및 주택거래신고지역’이 해제된 15일, 강남권은 기대감보다 실망감이 더 컸다. 중개업소에선 문의조차 끊긴 현장을 찾을 필요도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투기지역 해제 첫 날 둘러본 개포주공 일대 중개업소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정부의 5·10대책은 매수세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지난 13일 5000만원이나 몸값을 낮춘 42㎡(공급면적)가 급매물로 나왔지만 집주인의 개인사정으로 인한 매물인 점을 감안하면 분위기는 평소와 다르지 않다. B공인 대표는 “대책 발표 이전에는 기대감으로 문의 전화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뚝 끊긴 상태”라며 “높은 호가에 물건을 내놓는 집주인과 싼 물건을 찾은 수요자간의 입장차로 결국 거래값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 심사를 조건부로 통과한 2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문의가 사라진 것은 물론 대책과 상관없는 급매물만 평소처럼 등장하고 있다. 2단지 일대 J공인 관계자는 “얼마전 급매를 내놓은 집주인조차도 투기지역 해제에 대한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다”며 “(투기지역 해제는)상징적인 의미일 뿐이지 실거래 시장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2단지와 함께 소위원회 심사를 받았지만 소형주택 비율 문제로 또다시 보류 판정을 받은 3단지는 더 싸늘하다. 서울시에 최종 결정권이 있는 상황에서 지금은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놔도 반응이 있을 수가 없다는게 이곳 추진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근 K공인 대표 역시 “거래가 이뤄지려면 매도자나 매수자가 실망감이나 기대감을 갖고 있어야하는데 투기지역 해제보다는 박 시장의 영향력이 더 크다보니 이번 대책으로 인한 움직임을 찾기란 힘들다”고 밝혔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단지들의 썰렁한 분위기도 역력했다. 이번 조치로 1대1 재건축시 현행 10%인 기존주택의 면적 증가 범위를 더 늘릴 수 있고 반대로 축소도 가능해졌지만 아직은 조심스런 분위기다. 현재 추진위 내부에서 1대1 재건축을 거론하고 있는 은마아파트의 경우 이번 규제 완화로 사업성이 다소 개선됐다는 평가지만 사업방향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은마아파트 일대 G공인 대표는 “투기지역 해제,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은 은마아파트에 긍정적인 요소로 꼽히지만 개발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사업성에 대한 불안감, 서울시와의 의견조율 등이 남아 있어 뚜렷한 반응을 찾아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청실아파트와 함께 ‘대치발 전세난’을 불러일으킨 우성아파트2차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 역시 “투기지역 해제 첫 날이지만 기대감은 없다”는 공통된 반응이다. 집을 팔려는 사람에게는 유리한 요소가 눈에 띄지만 이를 받춰줄 매수자들을 유혹할 만한 내용이 빠졌다는게 이유다.
반면 이달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는 대치동 청실아파트 일대는 기대감이 높은 편이다. 우선 강남3구의 투기지역 해제로 총부채상환비율 DTI와 주택담보비율 LTV가 기존 40%에서 50%로 높아져 외부 수요 진입이 수월해졌다. 여기에 껄끄럽던 ‘자금조달계획서’마저 생략됐고 강남3구의 6억원 이하 주택매입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도 가능해졌다. 인근 P공인 관계자는 “투기지역 해제 첫 날 문의가 평소보다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은행대출 여력이 높아져 강남권 진출을 노리는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경기가 좋지 않아 대출 자체를 꺼리는 사람들의 심리가 변수”라고 내다봤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다양한 혜택으로 강남권 진입 폭을 넓혀줬지만 구매심리가 개선되지 않으면 매물이 더 늘고 가격마저 추가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 주요 재건축이 몰려 있는 강남권이 국토부보다 서울시 주택정책에 더 민감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책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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