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브리핑]
다섯 줄 요약
“현존하는 최고령 발레리나”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강수진이 출연했다. <까멜리아 레이디> 공연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마흔 여섯이라는 나이, 방송에서 화제가 되었던 자신의 발 사진, 납작한 가슴에 대한 콤플렉스, 외로웠던 모나코 유학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입단 초기 시절, 터키인 남편과의 사랑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몰래 온 손님’으로는 강수진의 아버지가 출연해 딸에 대한 사랑과 애틋한 심정을 드러내며 눈물짓기도 했다. 이만하면 토크쇼에서 할 건 다 했다. 그런데 무엇이 부족했던 걸까?
Best or Worst
Worst: “이 사람들 공부 안 했네~” 강수진의 외할아버지인 서양화가 故 구본웅에 대한 키워드가 등장하자 “야수파가 뭐죠” “로트렉이 누구죠?” 하고 웅성이는 MC들을 향해 김승우가 농담처럼 가한 일침은 어제 <승승장구>의 문제점을 한 줄로 요약한 말이었다. 그런 김승우 역시 언젠가의 은퇴에 대해 생각하는 강수진의 기를 북돋우기 위한 비유로 여든 여섯의 고령에도 KBS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는 송해를 예로 들었다가 강수진으로부터 “무용하는 사람, 특히 발레는 다른 분야와 다르다”는 반박을 들었다. 아무리 치열하게 노력하더라도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육체적 노화에 따라 현역으로서의 생명에 한계가 있는 분야에 대한 이해가 없는 발언이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게스트에 대한 사전 지식 부족과 맥이 뚝뚝 끊기는 토크는 <승승장구> 초기의 문제점이었지만, 어제 방송에는 제작진 및 MC들에게 친숙한 세계에서 일해 온 연예인 게스트들과 전혀 다른 세계에서 일하는 무용인 강수진의 ‘다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문제점이 더해졌다. 스타킹과 샌들을 신고 온 강수진에게 즉석에서 “발을 보여 달라”고 부탁하거나 여성에게 민감할 수도 있는 ‘글래머러스함’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강수진의 언니와 여동생은 하프를 전공했다는 이야기에 “집안에 하프가 있으면 몇 대가 먹고 살 수 있다”고 받아치는 등 친근함을 넘어 무례함에 가까운 접근법 또한 보는 이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물론 강수진은 MBC <황금어장> ‘무릎 팍 도사’에 2주에 걸쳐 출연했던 인물이고, 그 이상의 새로운 이야기를 뽑아내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2주년을 훌쩍 넘긴 <승승장구>도 좀 더 치열해질 필요가 있다. 과연 이게 최선입니까?
동료들과 수다 키워드
- <까멜리아 레이디> 자료 화면에서 자꾸 어른거리는 금발의 발레리노, 어떡하지 너? 이렇게 검색은 시작되고...
- 강수진이 표지모델 했던 <학생중앙>, 저는 나이 어린 <소년중앙> 세대라서 잘 모르겠는데 책상 위를 보니 <여성중앙>이 뙇!
- “몽둥이를 든 게 아니고, 그...야구 빳다 있죠?”라는 말씀을 그렇게 온화한 웃음과 함께 하시다니요 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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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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