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1000조원에 육박한 국내 가계부채 부담을 줄이고 금융기관의 조달비용 절감을 위한 금융안정성 제고를 위해 커버드본드(자산담보부증권)의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국내 도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은 12일 ‘주요국 커버드본드시장 분석과 국내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은행의 고정금리 장기대출을 확대시키려는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은행의 장기자금조달 수단인 커버드본드의 도입에 관심어 커지고 있다”면서 “국내 금융기관의 조달구조 개선과 함께 조달비용을 낮춰 장기적으로 모기지 금리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커버드본드는 투자자보호를 위해 금융기관이 보유한 주택담보부대출, 지방채와 같은 공공부문대출, 선박대출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해 높은 신용도 아래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이다. 금융기관이 상환의 일차적 책임을 갖고 있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융기관의 높은 신용도와 함께 우량 담보에 대한 우선적 담보권자라는 ‘이중상환청구권’을 갖는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 선임연구위원은 “유럽에서는 커버드 본드 시장이 국채 다음으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주택저당채권(MBS) 등 자산유동화증권 시장이 크게 위축된 반면 커버드본드 시장은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럽 내 27개국과 유럽 외 지역 5개국에서 커버드본드 관련 법률이 제정되어 있다. 특히 영국과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제도를 도입하거나 관련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2010년에만 총 6131억 유로의 커버드본드가 발행됐고 발행잔액은 2010년말 기준으로 2조5000억 유로에 달한다.
국내에도 금융기관 장기 자금조달 활성화를 위해 커버드본드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2008년부터 은행 외화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커버드본드 제도 도입 주장이 나왔고, 국민은행이 2008년 5월 신탁구조를 도입한 구조화 커버드본드를 해외에서 발행했으나 제반 여건이 미비해 적격 커버드본드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김 연구위원은 “2011년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은행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 우선변제부채권 발행 모범규준이 발표되는 등 커버드본드 제도가 일부 도입됐지만, 담보권자에게 우선변제권을 부여하는 법적 근거가 없어 유럽식 커버드본드를 발행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은 미비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커버드본드의 국내 도입방안으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가장 바람직한 방안으로 커버드본드 관련 특별법 제정을 들었다. 적격 발행기관, 적격 담보, 발행자에 대한 감독 및 부도시 담보권자 보호 등을 포함해 커버드본드 규제체계를 완벽히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담보부사채신탁업법 개정을 통한 도입을 들었다. 커버드본드 적격발행기관을 지정해 해당 기관으로 하여금 특정 자산을 담보로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담보권자에 대한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향이다. 단 일반적 담보부채권과 커버드본드로 제도가 이원화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셋째는 자산유동화에 대한 법률 개정을 통한 도입을 들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우선변제부채권 발행 모범규준을 통해 구조화 커버드본드의 구체적 발행절차를 마련한다는 안이다. 이후에 커버드본드 담보자산에 대한 파산절연제도 등을 도입하고 구조화증권의 공시 등을 포괄적으로 정의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보완·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 하다고 김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넷째는 은행법 개정을 통한 도입을 들었다. 은행법에 은행채 발행 근거가 있으므로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행이 보유한 모기지를 담보로 한 커버드본드 발행 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이다. 은행만이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수 있는 근거와 규제체계 마련이 용이하지만, 단 은행 외 기관의 경우는 불가능해진다는 것이 문제로 꼽혔다. 해외의 경우 은행 외 기관들도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추세다.
국내 커버드본드 제도 도입에 따른 기대효과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해외 자금조달의 경우 은행이 자체 신용도보다 높은 신용으로 증권을 발행하는 등 비용 절감효과를 도모할 수 있으며, 국내 은행의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재출 규모가 확대될 경우 국내에서도 발행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 커버드본드는 은행 보유 우량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담보권자에 대해 우선권을 보유하는 방식이기에 일반적으로 무보증채권에 비해 선순위를 갖게 되며, 은행채 보유자가 후순위로 밀리고 무담보 은행채 발행조건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주택금융공사의 MBS와 대체관계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김 연구위원은 “적절한 규제체제가 수립됐을 경우 커버드본드 제도의 도입은 장기적으로 금융안정성에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적정한 규제가 동반되지 않으면 커버드본드 역시 위험한 상품이 될 수 있기에 이를 감안해 제도 마련시 방만한 발행이 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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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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