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온라인 게임 업계의 '양김'이 결국 일을 내고 말 것인가. 지분 매각과 상장 등으로 현금을 확보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김정주 NXC(넥슨의 지주회사) 대표가 글로벌 게임 기업에 대한 공동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지분 매각으로 8045억원을 손에 쥔 김택진 대표가 조만간 이를 활용한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관측된다. 500억원을 투자해 5년 이상 개발을 진행해온 블레이드&소울 출시를 앞둔 시점에서 서둘러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을 결정하고 최대주주 자리까지 넘긴 것은 8000억원 상당의 현금이 필요한 투자처가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번 지분 매각은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이미 상당한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김정주 NXC 대표와 글로벌 게임 기업에 대한 공동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정주 대표와 부인인 유정현 이사는 NXC의 지분 69.65%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1조8400억원에 달한다(2011년 12월 기준). 또한 최근 전량 매각한 NHN의 주식을 포함해 보유하고 있는 매도가능 증권의 가치도 2350억원 수준이다. 마음만 먹으면 NXC에서만 2조원 이상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것이다.
NXC가 65.24%를 보유하고 있는 넥슨 일본법인 역시 지난해 상장 당시 신주 7000만주를 발행해 약 1조3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번 엔씨소프트 인수에 사용된 8000억원을 빼더라도 상당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대표가 양사의 결합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를 내는 것과 동시에 풍부한 '실탄'을 바탕으로 글로벌 게임 업체를 공동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NXC는 소량이지만 야후, 블리자드, 샨다 등 글로벌 IT 기업의 주식을 취득한 바 있다. 과거 EA 등 넥슨 보다 덩치가 큰 게임 기업에 대한 인수도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넥슨 일본법인의 최승우 대표도 상장 당시 "세계 여러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해 온 김정주 대표가 글로벌 기업 인수를 타진하다 위험 부담은 줄이면서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도록 김택진 대표와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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